“공직자들 토지 투기 현실에 둔감했던 게 현 정부 실책”

입력
2021.04.08 20:00
24면
장인철의 관찰-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
최소 1년 이상 불법 부동산 투기 수사 계속돼야
LH 계모임하듯 돈 모아 투기 공직윤리 아예 실종
정부ㆍ공공기관 공직자 윤리 재점검하는 계기로
이해충돌방지법, 토지초과이득세 부활 등 추진돼야
문 정부 개혁 지체, ‘내로남불’에 시민사회 분노
시민단체로서 기자회견 때 선거 영향은 고려 안 해

민변과 참여연대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3기 신도시 후보 투기의혹 사건 폭로는 4ㆍ7 재보선의 판도를 가른 태풍의 눈이 됐다. 공공개발 방식의 주택공급에 승부수를 던지면서도 정작 발 밑의 LH 투기조차 몰랐던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정권 내 엘리트들의 ‘내로남불’식 위선이 재확인되면서 표심이 크게 움직였다. 하지만 정국에 끼친 영향보다 중요한 건 조사와 수사를 통해 LH와 유사한 불법 투기의혹이 훨씬 광범위한 규모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오랜 실천운동가이자 참여연대 정책위원으로서 이번 기자회견을 주도한 김남근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로부터 이번 사건이 드러낸 현상과 의미, 과제 등에 대해 들어봤다.

-LH 임직원들의 3기 신도시 후보지 투기의혹 사건을 밝힌 민변ㆍ참여연대 기자회견 당사자로서 이 사건의 사회적 함의에 대해 말한다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공직자 윤리가 땅에 떨어졌다는 점이다. 공직자라면 당연히 공익에 봉사하고 그 직을 청렴하게 수행해야 될 의무가 있고, 그에 대한 엄정한 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LH 임직원 투기 상황을 보면서 관련자들에게 공직자 윤리의식이 거의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LH 임직원이라면 개발지역의 부동산 투기를 상부에 보고하고 차단하는 노력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되레 자기들끼리 정보를 주고받고, 계모임하듯 돈을 모으고 대규모 대출받아서 부동산투기를 자행했다. 이런 식이 어디 LH뿐이겠는가. 둘째는 투기 문제다.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 투기가 다시 발호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농지를 도시로 바꾸는 개발사업이 광범위하게 벌어지다 보니까 농지 투기가 만연한 게 아닌가 싶다. 이번에 문제 된 광명ㆍ시흥지구에서도 과림동이라는 한 동네만을 조사했는데, 보통 1년에 한두 건 거래가 있는 농지임에도 2018년부터 130건이나 거래가 발생했다. 그걸로 보면 광명ㆍ시흥지구 전체로는 수백 건, 전국적으로는 최근 3, 4년 사이에 1만 건 가까운 농지 거래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매매액이나 대출 규모, 매입자 주소 등을 기준으로 추리면 그중 대다수가 실제 영농보다는 투기적 동기에 따른 매매임이 드러날 것이다.”

-개발 투기가 새로운 것도 아니고, 그래서 상식적으로는 신도시나 재개발ㆍ재건축 추진할 때 당연히 내부 정보를 이용한 공직자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는 프로그램이 상시적으로 가동되겠거니 생각했다. 그럼에도 적폐청산과 공정을 내세운 현 정부에서까지 이런 비리에 전혀 사전대응이 안 된 것은 왜 그렇다고 보는가.

“문재인 정부가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했지만, 공직자들의 가담 가능성이나 토지 투기 같은 현실에 대해서는 둔감했던 것 아닌가 싶다. 정부가 느슨하다 보니 LH의 기강도 해이해진 것이다. 단적으로 LH가 적어도 LH가 개발하는 공공택지에 대해서 3, 4년 정도 토지거래 조사를 실시해 LH 직원들이 관여했는지 등을 정기적으로 조사했다면 이런 사태는 안 일어났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례를 보면 LH 직원들은 자기들이 이런 짓을 하는 걸 회사가 조사할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한 번도 안 했던 것 같다. 결국 LH 내부에서 부패방지시스템 같은 게 전혀 작동을 안 했다는 거다.”

-기자회견 후 출범한 정부 합동 특수본 수사가 3기 신도시 투기 혐의 LH 임직원을 포함해 5일 기준 152건, 639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앞서 토지 거래 흐름을 추적해 불법 투기를 역추적하는 방식을 제안하셨는데, 현재 수사체계나 방식에 보완할 점이 있는가.

“지금은 공직자가 본인 이름으로 산 토지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투기를 했다면 실명보다 차명거래가 더 많았을 것이다. 따라서 국민적 요구에 맞춰 차명거래까지 밝혀 내려면 신도시 주변 농지 등에 대해 3, 4년 거래 상황을 조사해 투기 혐의가 있는 거래를 추출한 다음, 해당 거래의 주체를 역추적하는 방식의 수사가 절실하다. 물론 그런 수사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번 수사는 그런 것까지 포함해 적어도 1년 정도는 강도 높게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 분당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 때도 1만5,000명 정도 입건해서 9,700명 정도를 처벌했다. 970명 정도 구속했고, 그중 공직자도 139명 포함됐다. 그 정도 수사는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아울러 도심 공공재개발ㆍ재건축 토지나 건물 투기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부 조사, 특수본 중심의 수사체제와 수사범위에는 문제가 없는가.

“정부 조사는 수사의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정도이고, 수사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수사에서는 왜 검찰이 여기에 적극 참여하지 못하느냐가 문제의 핵심인 것 같다. 수사가 효율적으로 되려면 검사들을 특수본에 파견해서 검사들이 수사를 지원하고 영장청구도 도움을 주는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검사 지휘체계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진행됐던 과거와 달리,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지휘-이행’이 아닌, 검찰과 경찰의 새로운 협력모델을 어떻게 만들어나갈지에 관심이 크다.”

-수사가 이뤄져도 현행법상 범죄로 처벌하거나 부당이익 환수 같은 조치를 관철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어떤 접근법이 필요한가.

“업무상 비밀을 이용해 투기했다면 지금도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가 규정돼 있고, 위반 시엔 7년 이하의 징역에 몰수 추징까지 할 수 있으니까 그런 방식으로 투기이익도 환수할 수 있다. 개발사업을 직접 담당했던 포천 공무원이나, 용인 반도체 산단 개발을 직접 담당했던 공무원 같은 경우는 해당 법 적용이 어렵지 않다고 본다. 다만 LH 사건에서 직접 담당이 아닌 부서의 직원이 투기를 한 경우, 업무상 비밀이용 여부를 가리기가 쉽지 않고 몰수ㆍ추징으로 투기이익을 환수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 일반인 투기에 대해서는 일단 농지법 위반 쪽으로 접근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본다. 위반 시 처벌과 함께 농지매각 명령 같은 적극적 행정처분도 가능할 것이다. 다만 현행법상 여론에 부응할 만한 형사처벌이 나오지 못할 수도 있는 건 사실이다. 몰수ㆍ추징과 같은 형사벌을 만들어서 소급 적용해 투기이익을 환수하는 방식은 어려울 것이다. 헌법에 형벌 불소급 원칙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행정적으로는 토지초과이익세 같은 걸 부활시켜 과거에 발생한 초과이익분에 대해 과세하는 방식은 부진정소급효 방식으로 가능할 것으로 본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발의한 걸로 아는데, 영미법에 있는 ‘민사몰수특례제도’를 도입한다면 형사처벌과 관계 없이 국가가 민사소송을 제기해서 범죄수익만을 따로 환수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다.”

-당장 업무상 비밀을 이용한 공직자 부동산 투기부터라도 근절하기 위해 제도나 시스템 개선이 절실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건가.

“무엇보다 이해충돌방지법이 빨리 제정돼야 한다. 지금 이해충돌방지 취지는 공직자윤리법에 선언적으로만 들어가 있어 징계 정도의 처벌만 가능하다. 이해충돌방지법은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등의 부정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절실하다. 둘째, 투기이익의 효율적 환수를 위해 토지초과이득세를 부활시키거나, 그게 안 되면 지금 종합부동산세에 있는 별도합산과세나 종합합산과세에서 토지분 종부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이라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비영농인들이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하는 걸 막기 위한 농지법 개정이 필요하고, 과잉대출에 의한 투기자금 조달을 막는 차원에서 대출기준을 정비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법과 제도의 문제 외에, LH를 비롯해 공공기관 임직원 윤리 강화를 위한 조치도 절실해 보인다.

“당연하다. 부패방지법 취지에 맞춰 각 공공기관 내에 부패방지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름은 뭐 준법감시인이 될 수도 있고, 그런데 이런 게 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게 문제니까 적어도 이해충돌 상황에 대해 정기적으로 조사를 한다든지, 청렴서약을 받는 식으로 이해충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한다든지 하는 방안을 강화할 필요가 있겠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장하성, 김상조 등 출신 인사들이 정부 핵심요직에 대거 진출하면서 문재인 정권의 주요 지지세력으로 여겨졌다. 그럼에도 조국 사태 이후 민변ㆍ참여연대 측의 정권 비판이 잦아진 건 사실이다. 배경이 어디에 있나.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겠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전후에 바람직한 진보개혁 정책을 제안하고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일부 인사들이 정부에 참여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으로서 정권의 주주라고 여겨지는 데엔 동의하기 어렵다. 정부에 참여한 인사들이 민변과 참여연대가 지향하는 개혁의 가치들이나 개혁정책들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또 윤리적으로 비난받는 일들도 생기게 되니까 그 부분에 대해 참여연대와 민변에 계신 분들은 상당히 곤혹스러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민변과 참여연대에서 정부 비판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보면 될 것 같다. 시민단체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때 기대했던 개혁과제들이 20%도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본다. 그런데 더 적극적으로 개혁으로 나아가는 대신, 약속했던 개혁조차 더 이상 안 하겠다는 모습을 보이니까 분노하거나 좌절하는 측면이 있고, 그래서 비판을 통해 개혁을 추동하려는 의지도 있는 거라고 본다.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규제완화만 해도, 인터넷 전문은행 대출규제 완화라든지 차등의결권 제도 추진 같은 건 당초 규제의 취지와 공정 가치에 역행하는 것 아닌가 하는 비판이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에서 시민사회단체가 기대했던 개혁이 정체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경제가 어려웠던 상황이 작용했다고 본다. 하지만 개혁입법 여건이 좋아진 21대에 와서도 주춤거리는 걸 보면서 정권 내부에서도 공정, 상생 같은 가치보다는 혁신 같은 가치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21대 국회 들어 대기업이나 성공한 벤처에서 일했던 분들이 여당 의원으로 영입되면서 규제완화나 유니콘기업을 키우겠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 검찰개혁 같은 정치개혁보다 민생개혁, 경제개혁을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기면서 불균형도 발생했다고 본다.”

-LH 임직원 투기 의혹과 관련해 민변ㆍ참여연대가 제보를 받고, 사실을 확인하고, 기자회견을 한 경위와 관련 차기 주자와 관계된 음모론까지 나돌고 있다.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적어도 사적인 동기가 아닌, 공익적 동기에서 전화 제보가 왔다. 1개 필지에 대한 제보가 왔고, 우리 쪽에서 확인해보니 사실이었다. 1개 필지만 보면 동명이인일 가능성도 있고, 국지적인 상황일 수도 있어서 주변 몇 개 필지를 조사하고, 2건의 제보를 더 받아서 LH 임직원 명단과 대조해 사건을 밝힌 거다. 사회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만하니까 한 거다. 왜 하필 ‘4ㆍ7 재보선’ 앞두고 터뜨렸느냐는 얘기도 나오는데, 시민단체가 그런 것까지 고려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대체로 공감했다.”

-과거 민주화, 통일, 사회개혁을 이끌어온 진보세력이 주도하는 현 정권 들어 진보가 욕을 먹는 상황이 부쩍 잦아졌다. 대학시절부터 시작해 30대까지 현장 노동운동을 했고, 변호사가 돼서도 관련 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말하자면 ‘진성 386 운동권’으로서 진보가 욕 먹는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386세대 진보 활동가라고 할 만한 분들이 정치만 하는 건 아니다. 되레 정치에 참여하는 분들은 극히 일부다. 훨씬 더 많은 분들이 노동조합, 시민단체, 환경운동, 심지어 농민운동 쪽으로 가셨고, 지금도 그쪽에서 소리 없이 일하는 분들이 훨씬 많다. 다만 정치 쪽으로 가신 분들이 민주화운동을 넘어 우리 사회에서 점점 중요해지는 양극화 해소나 경제민주화 같은 쪽에서는 별로 역량을 보여주시지 못해서 비판받는 것 같다. 또 정권에 참여한 분들 중에서 입시비리를 포함해 국민이 도저히 묵과하기 어려운, 세칭 ‘내로남불’로 욕을 먹게 됐는데, 그런 데 대한 국민적 분노는 당연하다고 본다.”

장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