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승리' 국민의힘, 윤석열과 '밀당'도 본격화하나?

입력
2021.04.08 18:45
5면

4·7 재·보궐선거에서 압승한 국민의힘 시선은 이제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대선을 향해 있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어떤 식의 관계를 형성하느냐가 중요한 변수다. 이번 선거 승리를 통해 제1야당으로서 위상을 다시 찾은 만큼, 당 밖에 있는 윤 전 총장과 '밀당'도 곧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 승리 다음 날인 8일,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전 총장에게 잇따라 러브콜을 보냈다. 5선의 정진석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도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는데 범야권 단일대오에 합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3선의 김태호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윤 전 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이 모두 당에 들어와야 한다"며 "야권이 하나가 돼 정권 창출 열망을 이뤄내자"고 제안했다. 재보선 완승을 계기로 야권 재편에 속도를 내고 싶은 당내 중진들이, 윤 전 총장 끌어안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윤 전 총장과 한 배를 타기 위해서는 국민의힘이 먼저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일종의 자강론이다. 이번 선거 승리를 이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떠나면서 당장 대선까지 관리할 새로운 리더십을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합당 문제도 먼저 풀어야 한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대선은 주자를 모으는 것보다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면서 "국민의힘이 제대로 된 리더를 뽑아 쇄신을 한 후, 안 대표와의 합당 문제까지 마무리해 야권의 맏형 노릇을 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 선거 승리로 마련된 야권 통합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는 전제도 깔려 있다. 당장 안 대표와 단일화부터 어긋날 경우 야권 재편의 무게추가 국민의힘이 아닌 '제3지대'로 기울 가능성도 있다.

윤 전 총장도 당분간 국민의힘 내부의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향후의 정치적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야권의 구심력이 커질 경우 제3지대에서 대선 주자로 몸집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반문재인' 상징처럼 된 윤 전 총장이 대선 행보를 본격화 한다면 제1야당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향후 한두 달 사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윤 전 총장과 관계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