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택자는 표로 분노했고 무주택자는 투표를 망설였다

입력
2021.04.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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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더불어민주당 심판'으로 끝난 4·7 재·보궐선거의 표심을 관통한 건 '부동산 분노'였다. 유주택자는 집값을 따라 덩달아 상승한 세금에, 무주택자는 집값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상황에 대한 분노를 표로 터뜨렸다.

상대적으로 비싼 집을 가진 사람들이 보다 적극적이었다. 이들은 투표장으로 몰려가 오세훈 서울시장에 몰표를 줬다. 집 없는 사람, 집값이 덜 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투표 자체를 포기하는 양상이었다.

강남3구, 박근혜 때보다 더 몰아줬다

유주택자들의 분노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건, 문재인 정부 들어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상승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였다.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 등 부동산 보유세 인상 정책으로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 지역이기도 하다. 지난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규모는 3조 원으로 전년보다 60% 증가했는데, 강남3구 주민에게 부과된 종부세 세액은 전체의 38.3%였다.

세금 인상은 강남3구 주민들의 '투표 시위'로 이어졌다. 오 시장의 강남구 득표율은 73.5%, 서초구 71.0%, 송파구 63.9%에 달했다. 보수 텃밭 치고도 도드라진 결집이었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강남3구 득표율은 강남구 59.8%, 서초구 58.3%, 송파구 51.8%였다. 이번 선거의 강남3구 투표율 역시 전부 60%를 훌쩍 넘겼다.

'높은 집값=강한 분노'의 공식은 동별 득표율에서 더 선명히 드러난다. 오 시장에게 몰표를 준 상위 5개 동은 강남구 압구정동, 대치1·2동, 도곡2동, 서초구 반포2동. 모두 아파트 시세로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지역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의 아파트 시세 통계에 따르면, 오 시장이 88%를 득표한 압구정동의 3월 공급면적 1㎡당 평균 가격은 2,390만 원이고, 83.9%를 얻은 반포2동의 3월 평균 가격은 2,570만 원(반포동 기준)이다. 서울 전체 평균 집값은 ㎡당 1,085만원이다.

'서울 공시가 상승 1위' 노원의 변심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변심한 배경에도 '부동산 분노'가 있다. 최근 두 차례 대선과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노도강 지역에서 연달아 승리했지만, 이번엔 모두 패했다. 노도강 중에서 오 시장의 득표율(54.6%)과 박영선 민주당 후보 득표율(42.0%) 간 격차는 노원구가 가장 컸다. 지난해 총선 정당 투표에서 민주당이 노원구에서 5.1%포인트 차이로 이긴 것을 감안하면 급격한 변화다.

공시가의 급격한 상승으로 예고된 '보유세 폭탄'이 변심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3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전국 평균 공시가격 상승률은 19.08%였는데, 노원구의 상승률은 34.66%로 서울 최고치였다. 도봉구(26.19%)와 강북구(22.37%)의 상승률도 서울 평균을 상회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오 시장은 노도강 유세에 공을 들이며 '공시가 동결' 공약을 내걸었고,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6일에도 노원구를 찾았다.

무주택자도 투표로 분노했다

무주택 가구 비율이 높은 구에선 투표율이 낮았다. 통계청의 2019년 거주지역별 주택 소유 및 무주택 가구수 통계에서 무주택 가구 비율이 63.8%로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된 관악구의 투표율은 53.9%로, 25개 구 중 세 번째로 낮았다. 최저 투표율(52.2%)를 기록한 금천구도 무주택 가구 비율이 52.8%로, 서울 평균보다 높다.

관악구와 금천구 모두 민주당 텃밭이다. 집값 상승에 따라 내 집 마련 문턱이 높아진 무주택자들 역시 민주당의 지지층 결집 호소에 호응하지 않는 방식으로 정권 심판에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3월 아파트 공급면적 1㎡당 평균 가격이 낮은 자치구에서 투표율이 낮은 경향도 나타났다. 평균 가격이 646만원으로 가장 낮은 중랑구의 투표율은 53.9%로, 금천구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평균 가격이 695만원으로 네 번째로 낮은 강북구 투표율은 54.3%로 네 번째로 낮았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