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2018년 40억 달러(약 4조5,000억 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페이스북 주식의 20%를 보유하고 있는데 회사가 그 해 200억 달러의 이익을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가 배당을 하지 않아 40억 달러 중 과세 대상은 0원이다. 게다가 페이스북이 이익을 케이먼제도에 세운 법인으로 돌려놓아서 법인세도 전혀 내지 않았다.
미국의 누진세율이 높아서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 생각하겠지만 실은 반대다. 소득 최상위 400명에게 부과되는 소득세율이 23%인데 이는 하위 50%를 차지하는 노동계급이 내는 25%보다 낮다. 1940년대 이래 반세기 동안 최고 소득구간에 90% 이상의 세금을 매기며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누진세율을 유지하던 미국은 어쩌다 발전된 산업국가 중 최상위 소득구간에 가장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나라가 됐을까.
1980년대 레이건 정부는 세율을 낮춰 탈세를 줄이겠다고 했으나 조세 회피는 오히려 증가했다. 저자들에 따르면 세금은 “사회적 신뢰 체계 위에서 작동”한다. 그러나 집합적 행위에 대한 긍정적 믿음이 좌초해버리고 나니 탈세자들의 거센 목소리를 통제할 수 없게 됐고 결국 법까지 뜯어고치게 됐다는 것이다. 세율을 낮추자 성장은 둔화했고 분배는 나빠졌다. 부자들의 지갑은 더욱 두꺼워졌지만 낙수효과는 없었다.
저자들은 누진적 소득세를 복원하는 한편 국가들이 세율 인하 경쟁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장 부유한 이들의 실효 세율을 평균 60%가 되도록 하면서, 탈세를 막고 단호한 조세 체계를 유지시킬 수 있는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국가들이 세금 문제 앞에서 낮은 세율로 경쟁할 게 아니라 협력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이 같은 조세 개혁이 경제 성장을 방해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저자들은 1950년대 미국 조세제도를 예로 들며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