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약품청(EMA)과 영국 의약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AZ)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혈전증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혈전증의 위험보다 백신으로 얻을 수 있는 편익이 더 크다며 백신 접종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에머 쿡 EMA 청장은 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EMA 청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의료 전문가와 백신 접종자들에게 AZ 백신 접종 후 2주 이내에 발생하는 매우 드문 혈전의 가능성을 인식하기를 제언한다”고 밝혔다. 또 “현재까지 이용 가능한 모든 증거를 고려한 결과 특정 위험 요소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혈전은 (AZ 백신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으로 기록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AZ 백신과 혈전증 사이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준 레인 MHRA 청장은 기자회견에서 “위험이 없는 효과적인 약은 없다”면서도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혈전과 백신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강력한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레인 청장은 “(혈전증이) 백신의 부작용이라는 것을 의심할 여지 없이 확립하려면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며 “백신의 이점은 위험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AZ 백신 안전성 논란이 처음 불거진 건 지난달 유럽에서다. 해당 백신 주사를 맞은 뒤 혈전이 생긴 사례가 보고돼 20여 개국이 줄줄이 접종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EMA가 조사를 했고, 일단 AZ 백신 접종과 일반적인 혈전 위험 증가 사이에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단서가 붙기는 했다. 아주 드문 파종성혈관내응고장애(DIC)와 뇌정맥동혈전증(CVST) 등 특이 혈전 관련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미심쩍은 것은 사망 사례가 55세 미만 여성에게 몰렸다는 사실이다. 이에 독일과 네덜란드는 60세 미만, 프랑스와 스웨덴, 벨기에, 캐나다 등은 55세 미만에 AZ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딱 부러지는 규제당국의 결론을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전날 EMA 백신 전략 책임자인 마르코 카발레리가 이탈리아 언론에 “지금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AZ 백신과 특이 혈전증 사이에 관련이 있다는 것”이라며 “다만 백신의 어떤 성분이 이런 반응을 일으켰는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다만 아직 백신 접종을 포기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EMA가 분석 중인 AZ 백신 접종 이후 CVST 사례는 44건인데 920만 명 규모의 접종자 중에 나온 것이다. 60세 미만 접종자만 보면 10만 명당 1명꼴로 위험하다는 게 EMA 측 설명이다. 영국의 경우 더 드물다. 접종자 1,800만 명 중 30명에게서 혈전이 발생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CVST는 연간 100만 명당 5명꼴로 겪는다.
EU 각국 보건장관들은 EMA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관련 결정 직후 회의를 한다. 로이터통신은 마르타 테미도 포르투갈 보건부 장관이 이날 오후 EU 보건장관 회의를 주최한다고 보도했다. 테미도 장관은 성명에서 “이번 회의는 EU 회원국 간의 입장을 조율하고 허위정보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EU 내 백신 노력과 관련한 공통의 이해에 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