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결정한 이낙연, 승리는커녕 '패착'... 흐릿해진 대선 가도

입력
2021.04.08 09:10
4면

더불어민주당이 7일 재보궐선거에서 서울과 부산시장을 모두 야당에 내줬다. 맨 앞에서 선거를 이끈 이낙연 전 대표도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이 전 대표는 이번 선거 승리를 발판 삼아 대권 레이스에서 반등을 노렸다. 하지만 선거 패배 책임론에 휩싸이면서 대권 가도에 일단 빨간불이 켜졌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선거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사과도 드리고 약속도 했다"면서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승리에 대한 집념을 마지막까지 내비쳤지만 패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전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절박함을 드러냈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선거를 진두지휘했다. 지지자들에게 직접 투표 독려 전화까지 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정부와 여당은 주거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정책을 세밀히 만들지 못했다"며 "무한책임을 느낀다"고 반성문까지 썼다.

이 전 대표의 절박함은 이번 선거가 그의 대권 레이스에서 중요한 변곡점이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11월 민주당은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의 잘못으로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면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깨고 서울·부산시장 후보 공천을 결정했다. 당시 당을 이끌던 이 전 대표는 "후보를 내는 것이 공당의 책임"이라며 결정을 주도했다. 이번 선거에 승부수를 건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이 전 대표는 7%에 그쳤다. 각각 23%를 얻은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크게 밀렸다. 국무총리에서 물러난 직후인 지난해 1월 30%에 달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대세론'을 썼을 때와 비교하면 가파른 하향세다.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가 패배 후유증을 빠르게 수습하면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정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