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 문턱에 선 문 대통령...靑 "선거 결과와 국정은 무관"

입력
2021.04.0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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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은 '정권 심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전국단위 선거에서 '첫 패배'를 경험했다. 청와대는 선거 결과와 향후 국정운영 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임기 1년을 남긴 시점이라는 점에서 동력 상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 이후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전국단위 선거에서 4연승을 기록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 승리를 통해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는 '선순환'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폭발한 '부동산 민심'으로 현 정부에 대한 신뢰가 급속히 추락하는 가운데 치러졌다. 그만큼 '청와대 책임론'이 불거질 공산이 크고, 문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고전을 거듭해 온 국민의힘의 5년 만의 승리는 자력에 의한 게 아니라 '정권 심판' 여론이 배경이었다.

선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당청이갈등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부동산 정책을 두고 당청 간 엇박자 조짐을 드러낸 바 있다. '민심 수습'에 다급했던 민주당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잘못을 인정했고, 무주택자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공시지가 인상률 조정 등 정부 기조와 결이 다른 공약을 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개 일정을 잡지 않았다. 청와대 참모들은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일부 수석실에선 긴급 대책회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지난해 총선 다음날 문 대통령이 입장을 밝힌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문 대통령의 언급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은 총선 승리를 놓고 "위대한 국민의 선택에 기쁨에 앞서 막중한 책임을 온몸으로 느낀다. 국민 여러분, 자랑스럽다. 존경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번에는 문 대통령이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청와대는 선거 결과와 문 대통령의 업무 수행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임기 말 한국판 뉴딜, 부동산 적폐 청산 등의 주요 과제에서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회의원 180석을 몰아준 지난해 총선 이후 불과 1년 만에 급격한 민심 이반이 확인된 만큼, 부동산 등 일부 정책에서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신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