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건축 1차 후보지 선정…2,200가구 그쳐 파급력은 한계

입력
2021.04.0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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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신길13·중랑 망우1·광진 중곡 등 5곳
LH와 SH 참여하는 선도사업 후보지
강남 대단지들은 공공 주도 외면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8·4 주택 공급대책’ 중 하나인 공공재건축 사업 1차 후보지가 베일을 벗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13구역, 관악구 미성건영아파트, 용산구 강변강서맨션, 광진구 중곡아파트, 중랑구 망우1구역이다.

1월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을 받았던 7개 단지 중 사업성 개선 효과가 있고, 주민 동의를 10% 이상 확보한 5곳이 선택을 받았다. 정비구역 지정 이후 사업이 장기 지연됐거나(신길13구역), 토지가 비정형적이거나(미성건영아파트), 50년이 됐지만 용도지역 변경 없이 재건축이 어려운(강변강서맨션) 곳 등이다. 사전컨설팅에 참여한 서초구 신반포19차와 구로구 산업인아파트는 주민 동의 10%를 넘지 못해 후보지에서 제외됐다.

5개 단지 총 공급 규모는 2,232가구로, 8·4 대책 발표 당시 목표로 했던 5만 가구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500가구가 넘는 단지는 신길13구역(695가구)이 유일하고, 나머지는 소규모 단지들이다. 서울 재건축의 핵심인 강남구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 대단지들이 사전컨설팅조차 외면해 공공재건축 흥행 실패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국토교통부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을 열어 공공재건축 후보지를 발표했다. 공공재건축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가 참여해 용도지역 및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를 주고 도심 내 주택 공급을 촉진하는 재건축 사업이다. 1차 후보지들에는 8·4 대책 발표 당시 제시된 기부채납비율(50~70%) 범위 내에서 최저 수준(50%)이 적용된다. 기부채납 주택 중 공공분양 비율은 최고 수준(50%)의 특례가 제공된다.

국토부가 1차 후보지를 대상으로 사업 효과를 분석한 결과, 5개 단지 모두 1단계 용도지역 상향 시 용적률이 기존보다 평균 178%포인트(162%→34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 물량은 현재 가구 수보다 1.5배(1,503→2,232가구) 늘어나고, 조합원의 분담금은 민간 재건축 대비 평균 52% 감소한다.

해당 후보지들은 사전컨설팅 결과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중곡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건 사업성인데 민간으로 할 때보다 좋게 나왔고, 사업 기간도 대폭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망우1구역 관계자도 “사업성 개선을 통해 주민 분담금이 줄어들고, 시공사도 조합에서 직접 고를 수 있다는 게 만족스럽다”고 기대했다.

다만 공공재건축의 향후 파급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사업성이 좋은 대단지는 굳이 공공이 나서는 걸 원하지 않는 데다가 올해 ‘2·4 주택 공급대책’에 따른 공공 직접시행 재건축이란 다른 선택지도 있기 때문이다. 공공 직접시행 재건축은 공공재건축에 적용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2년 실거주 의무 조항이 면제된다. 차이점이라면 공공재건축은 공공과 조합이 공동으로 시행하고, 공공 직접시행 재건축은 공공이 토지 소유권을 넘겨 받아 단독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공공 직접시행 재건축을 원하는 후보지 27곳이 접수돼 공공재건축보다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주민 동의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지금 정부가 제시한 인센티브 등은 추상적이거나 불충분하다”며 “처음 시작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사업 궤도에 올라선 사업장이 이른 시일 내에 선례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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