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으로 서울시 출연기관인 TBS 교통방송의 앞날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동안 국민의힘과 오 시장이 시사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비롯해 TBS 방송이 "진보 진영에 편향됐다"고 비판하면서 시장 당선 시 강도 높은 조치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다만 시의회 협조가 필요해 구상대로 개혁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이처럼 오 시장은 후보로 뛸 때부터 TBS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재정 압박, 보도분야 제한 등을 예고했다.
그러나 그가 공언한 대로 이 같은 조치들이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다. 우선 예산을 끊겠다는 압박은 시의회의 협조 없이 불가능하다. 서울시는 '지방자치단체출자출연기관의운영에관한법률'에 근거해 TBS에 출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 규모도 지난해 TBS 전체 예산(505억 원)의 76.8%(388억 원)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문제는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예산 편성권은 시장에게 있지만, 예산안을 심의·의결할 권한은 시의회에 있다는 것이다. 즉, 서울시의원 109명 중 101명이 민주당 소속인 상황에서 TBS의 '친여 성향'을 문제 삼아 지원 예산을 감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황규복 위원장은 6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다수인 민주당 의원들이 저지에 나선다면 (예산을 축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TBS 내 친여 인사 물갈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시 교통사업본부 산하에 있던 TBS는 지난해 2월 방송 독립성을 이유로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TBS'이 출범하면서 서울시와 분리됐다. TBS는 현재 시의 예산 지원만 받는 출연기관이다. 이사장과 대표이사 등 TBS 고위 임원의 임명·해임은 재단의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시장은 위원회에서 추천한 인사를 최종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지만, 인사에 전적으로 개입할 순 없다.
1년 3개월에 불과한 오 시장의 짧은 임기도 TBS를 압박하는 데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미디어재단TBS의 임원 임기는 3년이다. 김영신 이사장 사망으로 3개월 전 선임된 유선영 이사장을 제외하고, 모두 2023년 임기가 끝난다. 아직 임기가 남은 임원들을 물리고 오 시장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힐 경우 '공정성' 논란을 부를 수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을 노려야 하는 만큼 무리수를 둬가며 운신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독립성을 위해 시에서 분리한 재단에 시장이 인사권을 마음대로 휘두를 경우 여론도 악화할 수밖에 없다.
김어준씨는 8일 자신이 진행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오세훈 당선인이 과거 서울시장 시절 TBS를 서울시 홍보방송으로 인식해 개입이 많았다”며 “그러다 보니 시장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되도록 구조가 꾸준히 만들어져 TBS가 재단으로 독립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원순 전 시장조차 방송 출연을 마음대로 못했다. 출연을 요청하고 거절당하기도 했다”며 “TBS 사장도 방송 내용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못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오 시장은 지난 2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TBS에 예산 압박을 했다는 이유로 '나는 꼼수다' 출신의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에게 고발된 상태다. 김 이사장은 오 시장이 "TBS에 지원을 끊겠다는 발언은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방송법 제 4조를 위반한 것"이라며 지난달 17일 영등포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