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인원이 39일 만에 100만 명을 넘겼다. 6월 말까지 1,200만 명, 9월 말까지 3,500만 명의 접종을 끝내 11월에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생각하면 속도가 너무 느리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6일 12시 기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수는 101만4,019명이다. 2월 26일 예방 접종이 시작된 후 39일간 1차 접종이라도 한 국민은 전 국민의 1.9% 수준이다.
해외의 주요국들과 비교하면 국내 접종 속도는 상당히 더디다. 백신 접종이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는 이스라엘은 접종이 시작된 지 2주 만에 100만 명을 돌파하고, 전날 기준 인구의 52%(481만6,000명)가 접종을 마쳤다. 영국 역시 1주일 만에 100만 명을 넘긴 후 인구 절반 정도가 1회 이상 접종을 끝냈다. 미국은 현재 하루에만 300만 명씩 백신을 맞아 누적 접종자 수가 1억 명을 돌파했다.
백신 접종이 속도를 못 내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는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등을 선구매하지 않고 국내 생산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만 의존하려 했고, 그로 인해 상반기에는 사실상 본격적인 접종을 시작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정부가 노력해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미 정해진 백신 도입 계획조차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2분기 국내 도입이 예정된 노바백스 백신은 원료물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유럽연합(EU)과의 공급 계약 체결을 연기했다. 얀센이나 모더나 역시 2분기가 시작된 지금까지도 구체적 일정과 물량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까닭에 정부의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방역당국은 상반기까지 전체 인구의 23%인 1,200만 명에게, 9월 말까지 인구 70%인 3,500만 명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39일 만에 100만 명을 접종했는데, 이 계획을 달성하려면 상반기에 남은 85일 동안 1,000만 명을 접종해야만 한다.
백신 공급난이 심화하자 방역당국은 수출 제한을 포함한 모든 대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유진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백신도입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만약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자들이 12주 후 2차 접종을 할 시기에 백신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 중인 물량에 대해 수출을 제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조기에 백신이 적절하게 도입되게 하기 위해 가능한 대안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