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골프장, 코로나 핑계 서비스 줄이면서 그린피는 급등

입력
2021.04.07 04:30
13면
대중화 이유 각종 세금 혜택 받으면서
최근 2년 그린피 인상률 18.6% 달해
회원 골프장 3배… 더 비싼 곳도 등장


골프 시즌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500만 골퍼들이 단단히 화났다. 골프장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핑계로 샤워장 등 부대 서비스를 크게 줄이면서도 ‘스리 피’는 경쟁하듯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스리 피는 골프 게임에 필수적인 그린피(입장료), 캐디피, 카트피를 일컫는다. 골프 대중화를 위해 대중제 골프장에 주어지는 각종 세제 혜택도 결국 골프장 배를 불리는 데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그린피를 가장 많이 올린 곳은 제주도 대중 골프장이다. 평균 상승률 19%를 기록했다. 골퍼들이 많이 찾던 동남아 하늘길이 막히면서 제주도로 몰린 영향이 크다. 제주도에 이어 골프 인구가 많은 수도권과 인접한 충청권 골프장이 17.3% 올랐고, 호남 골프장도 13.9% 상승했다.

특히 전남 해남의 A골프장과 전북 무주 B골프장 등은 ‘대중제 골프장’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최근 1년 사이 그린피가 30% 가까이 올랐다. 수도권에 비해 그린피가 저렴했던 전남 해남의 P골프장의 경우 주말 1인당 요금이 29만5,000원으로 올랐다. 1년 전만 하더라도 18만~23만 원 수준이었기에 지역 골퍼들의 충격은 컸다. 한 이용객은 “1년에 한 번, 봄에 오르던 그린피가 작년에는 겨울에도 오르는 등 수시로 올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용료가 올랐다고 서비스가 나아진 것은 아니다. P골프장의 5억 원짜리 회원권을 보유한 한 골퍼는 “5월 예약을 잡지 못하다가 어렵게 하나를 받았는데, 골프장이 임대한 다른 골프장의 코스를 줬다”고 말했다.

경북 향토 기업을 표방하는 문경레저타운은 최근 1만 원씩의 그린피, 캐디피 인상도 모자라 부킹 조건으로 골프장 내 식당 이용 의무조항을 내걸었다가 지탄을 받기도 했다. 한 이용객은 “클럽하우스에서 1인당 2만원 의무 식사 조항을 부킹 조건으로 달면서 5월부터는 식당 이용 여부와 무관하게 식사 및 특산품 비용을 청구한다고 통보하기도 했다”며 “비난이 커지자 결국 식사 의무 조항은 철회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전국적인 골프장 이용료 인상 분위기 속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대중제 골프장의 이용료 급등이다. 최근 2년 사이 회원제 골프장 그린피가 6.9%(주중) 오르는 사이 대중 골프장은 18.6% 올라, 인상률이 3배 가까이 됐다. 저렴한 비용으로 골프 대중화에 앞장선다는 이유로 0.1%의 재산세만 내는 이들 골프장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회원제 골프장보다 요금은 더 크게 올린 셈이다. 회원제 골프장은 연 4% 수준의 재산세를 낸다.

회원제 골프장보다 비싼 요금을 받는 대중 골프장도 등장했는데, 주로 충청권에 집중됐다. 지난달 말 기준 충청권 대중제 골프장 41곳의 주중 평균 그린피는 16만3,000원으로, 회원제 골프장(12곳)의 주중 평균 그린피(15만8,500원)를 능가했다. 고급스런 시설과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원제 골프장이 통상 대중 골프장보다 비싸지만, 그 상식이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정부가 대중 골프장에 준 세금 감면 혜택이 1조 원에 이르고, 이들의 영업이익률은 2019년 33.2%에서 지난해 41% 수준으로 크게 올랐다”며 “대중제 골프장의 이용료 인상은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면서도 요금 통제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정부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목포= 박경우 기자
대구= 전준호 기자
제주= 김영헌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