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젊은층이 감염병 확산의 새 동인(動因)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가 대세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백신 접종 우선순위에서 밀린데다 야외활동이 잦은 30,40대가 ‘4차 대유행’을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CNN방송은 5일(현지시간)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양상이 이전과 달라진 미국 내 코로나19 실태를 조명했다. 단적으로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최대 70% 높은 영국발(發) 변이가 미국의 ‘감염병 각본’을 바꾸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영국 변이는 이미 미국 50개주(州) 전체에 퍼졌다. 확인된 감염자만 1만5,511명에 이른다. 플로리다(3,191명)가 가장 많고 미시간(1,649명) 미네소타(979명) 콜로라도(894명) 캘리포니아(873명) 등 전역에서 영국 변이 확진 환자가 쏟아지고 있다.
젊은 감염자의 증가가 특히 두드러진다. 가령 플로리다주 오렌지카운티의 경우 지난달 말 18∼25세 연령층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지역 코로나19 입원 환자의 3분의 1이 45세 이하였다. 뉴저지주에서도 젊은 입원 환자가 급격히 늘었다. 3월 마지막 주 20∼29세 입원 환자는 첫 주 대비 31%, 40∼49세는 48% 폭증했다. 같은 기간 고령자 입원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피터 호테즈 베일러의대 국립열대의학대학원 원장은 “영국 변이는 젊은층에 미치는 영향 측면에서 우리가 본 어떤 것과도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대별 감염 희비를 가른 가장 큰 원인은 백신 접종 속도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각국은 65세 이상 고령층부터 백신 접종에 나섰다. 미국도 4일까지 65세 이상의 절반 이상(55%)이 백신 접종을 마쳤다. 반면 젊은층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지지부진한 백신 접종이 젊은이들을 감염병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스콧 고틀립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전날 CBS방송 인터뷰에서 “아직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젊은층과 학령기 어린이의 감염이 특히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상대적으로 당국의 방역 조치를 신뢰하지 않는 젊은이들의 성향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CNN은 미 교통안전청(TSA) 집계 결과, 주말인 4일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인원이 154만명이라고 밝혔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하루 여행객으로 최대치였던 2일(158만여명)보다는 조금 못 미치지만 적지 않은 인원이 하늘 길을 이용해 전국 각지로 흩어진 셈이다. 결국 온화한 날씨로 느슨해진 방역 태세와 봄방학을 맞아 늘어난 야외활동이 맞물려 감염병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