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처벌법, 이젠 경찰이 답해야 할 때

입력
2021.04.06 19:00
25면

편집자주

범죄는 왜 발생하는가. 그는 왜 범죄자가 되었을까. 범죄를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 곁에 존재하는 범죄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본다.


서울 노원구 세 모녀가 살해됐다. 용의자에 대한 수사에서 큰 진척이 보이지는 않지만 택배기사를 사칭해서 모녀의 집에 들어갔다는 것, 그리고 큰딸과 아는 사이였다는 것은 밝혀진 팩트이다. 죽은 그녀가 남긴 흔적은 가해자를 두려워하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사건을 그냥 살인이 아닌 스토킹살인이라 부르고 있다. 형법상 스토킹살인은 낯선 죄명이다. 우리나라에는 스토킹이라는 행위를 인정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3월 24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후 스토킹처벌법)'이 통과되었지만 이마저도 10월부터 시행이다.

법안 발의 이후 22년 만이지만 스토킹 행위가 법률 속으로 들어왔다. 참으로 오랜 세월이 걸렸지만 그동안 방치된 사람들의 안전에 보호장치가 생긴 것이고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렇다면, 스토킹이란 무엇일까? 스토킹 처벌법에서 규정한 '스토킹 행위'는 상대방이나 가족에게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영상 등을 도달하게 해 불안감을 유발하는 행위이며 이를 지속하거나 반복할 경우 처벌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장황하고 구체적인 내용 말고 스토킹의 본질은 상대방이 원치 않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것 그 자체이다.

누가 스토커가 되는가에 대한 관심은 학계에서도 그다지 크지 않았고 관련 내용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리해 보면, 스토커에 대한 분류는 동기, 방법, 피해자를 기준으로 달라지지만 피해자 기준으로는 로널드 홈즈의 여섯 가지 기준이 대표적이다. 그는 스토커를 ① 유명인 스토커 ② 색정 스토커 ③ 고용된 스토커 ④ 사랑 거부자 ⑤ 과거 연인 스토커 ⑥ 정치 스토커로 구분한다. 연예인에게 행한 스토킹은 유명인과의 사랑에 빠질 수 있다고 착각하는 1번 유형이고, 세 모녀 사건의 가해자는 애정관계에서 거부당한 이들이 위협하거나 공격하는 4번 유형에 속한다.

그러나 이러한 피해자 유형에 따른 스토커 구분은 가해자의 특성에 기반하지 않기에 미국의 전직 경찰관인 버논 거버스는 '사이코패틱(psychopathic) 스토킹'과 '사이코틱(psychotic) 스토킹'으로 구분했다. 두 기준 모두 정신질환적 요소를 갖고 있지만 현실 인지력이 없는 사이코틱 스토킹보다 사이코패틱 스토킹이 훨씬 위험하다고 본다. 이 기준에서 본다면 연예인에게 가해진 스토킹은 사이코틱 스토킹이고, 노원구 세 모녀 가족 가해자는 사이코패틱 스토커일 가능성이 높다.

스토킹의 가해자가 지인인가 아닌가는 굳이 중요하지 않다. 가해자는 모르는 사람인 경우가 50%이고, 또한 사건은 늘 피해자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가해자에 의해 랜덤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해자가 누구인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회가 스토킹을 어떻게 처벌하고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하는가이다.

이제껏 수많은 스토킹 행위 신고에 경찰은 경범죄 조항으로 응하거나 관련 조항이 없다는 소극적 대처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제 스토킹처벌법이라는 무기가 생겼다. 처벌 기준이 생겼다고 스토커가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과거 처벌이 경범죄였기에 스토커가 존재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이 법이 어떻게 작동하는가 잘 살펴야 한다. 사람들은 처벌법이 친고죄이니, 사이버스토킹 행위가 포함되지 않았음을 지적하지만, 나는 우리의 감시의 눈이 경찰의 재량권과 민감도에 쏠리기를 기대한다. 한계를 안고 시작한 법이지만, 22년의 절박한 외침에 대답하는 법률로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많은 현장 재량권을 갖고 있는 경찰이 달라져야 한다. 스토킹 신고에 부적절한 재량으로 대응하는 경찰, 피해자 감정 중심의 스토킹 상황에 민감하지 못한 경찰의 태도에 스토커의 조소와 피해자의 절망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과거 "처벌법이 없다"고 돌아간 경찰이 이제 "어떻게 달라지겠노라" 응답해야 할 것이다. 오늘의 환영(歡迎)이 환영(幻影)이 아니기를 바란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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