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내일을 바꿀 힘이 있다."
4·7 재보궐 선거를 이틀 앞둔 5일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장에 걸린 현수막 문구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를 눈앞에 뒀다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정치에서 선거 승리는 곧 '힘'이다. 선거가 끝난 것도 아닌데, 요즘 국민의힘 일부 인사들은 '힘'을 이미 손에 가득 쥔 것처럼 말한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의 이야기. "우리 당 지지율이 갈수록 오르고 있는데, 우리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너무 매달릴 필요가 없다." 윤 전 총장이 없어도 정권을 탈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바깥 사람'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평가도 차가워졌다. 한 중진 의원의 말. "김 위원장이 보궐선거까지는 잘 이끌었지만, 대선은 우리 힘으로 치러야 한다." '우리끼리 쇄신'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역시 자신감이다.
급작스레 돌출한 자신감의 출처가 과연 어디인지, 물음표가 생긴다.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를 관성처럼 규탄하면서 '태극기 세력'과 다시 손잡을지를 고민했던 게 불과 몇 달 전이다. 국민의힘엔 여전히 지지율 3%를 안정적으로 넘는 대선주자가 없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보수가 똘똘 뭉쳐 표를 몰아줬는데도 국민의힘은 대패했다. 이후 내내 게을렀다.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무력하게 '당하는' 모습만 보여줬다. '슈퍼 여당'을 아프게 견제하지도, 국민이 공감하는 입법 활동으로 대안 정당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했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이긴다 해도, 국민의힘이 온전히 이기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민주당이 지는 것에 가깝다.
오신환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4일 본보 인터뷰에서 "국민의힘도 잘못했다"고 했다. 오 위원장의 젊은 목소리는 국민의힘의 안주하는 분위기에 짓눌려 묻히곤 했다. 선거가 끝나고 그의 목소리가 더 작아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