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닷새 연속 500명대를 기록하는 등 재확산 기류가 뚜렷해지자 방역수장이 직접 나서서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방역수칙 준수를 호소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 겸 보건복지부 장관은 4일 내놓은 대국민 담화문에서 "현재 상황은 대유행이 본격화하기 직전과 비슷하다"며 "지금 우리는 4차 유행이 시작될지 모르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또한 "하루 평균 5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지금 유행이 다시 확산되면, 짧은 시간 내에 하루 1,000명 이상으로 유행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실로 일촉즉발의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이번 주에도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 좀 더 강도 높은 방역 대책을 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방역수장들이 이처럼 강도 높은 우려를 표하고 나선 것은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정점에 이르던 작년 12월 이후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543명을 기록해, 닷새 연속 500명대를 이어갔다. 최근 1주일(3월 29일~4월 4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502명에 달한다. 지난 2월 설 연휴 직후 잠시 600명대를 기록한 이후 가장 거센 확산세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무관용 원칙'이다. 5일부터는 식당과 카페 등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이 개별적으로 출입 명부를 작성하지 않는 등 기본방역수칙을 위반하면 업주에게는 300만원, 이용자에게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권 1차장은 "운영시간 제한이나 집합금지를 풀었던 것은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지키겠다는 자율적 노력을 믿었기 때문인데, 최근 유흥업소, 노래연습장, 방문판매업, 실내체육시설, 교회 등에서의 집단감염 사례를 보면 방역수칙 위반이 나타나고 있다"며 "위반 업소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또한 문제가 계속되는 업종에 대해서는 거리 두기 격상에 준하는 조치를 내리겠다고도 했다. 권 1차장은 "방역수칙 위반이 다수에서 발생하는 경우, 해당 업종에 집합금지를 실시하거나 운영 제한을 강화하는 조치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대응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사회적 거리 두기를 격상하기 힘든 상황에서 나온 '궁여지책'이란 평가가 나온다. 확진자 발생 수는 이미 몇 주 전부터 거리 두기 2.5단계 기준에 접어든 상태지만, 사회·경제적 파장을 고려해 거리 두기 단계를 올리기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확산세가 늘고는 있지만 3차 유행 초기에 비해 병상이나 의료진이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라며 "다중이용시설에서의 집단감염과 무증상 감염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가 시설별로 세심한 방역수칙을 지정해주고, 가정용 진단키트를 이용해서 스스로 무증상 감염자들을 찾아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환자 발생 규모가 더 커질 경우 거리 두기 단계 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정부는 거리 두기 단계(수도권 2단계·비수도권 1.5단계)와 전국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를 11일까지 연장한 상태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번 주의 확산 추이를 지켜보며 거리 두기 단계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등을 결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