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분쟁전문 기자가 미얀마에 간 뒤 벌어진 일

입력
2021.04.04 15:20
군부 초청에 미얀마 취재 시작…군부 트럭 따라 다녀
인터뷰 응한 시민 두 명 취재 후 끌려가

미국 CNN방송 수석 특파원인 클라리사 와드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취재를 시작한 가운데 취재에 응한 미얀마 시민 두 명이 군부에 끌려가는 일이 발생했다.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50분쯤 미얀마 양곤에서 와드의 인터뷰에 응한 현지 여성 두 명이 취재 직후 군부에 끌려갔다. 한 여성은 와드에 세 손가락을 펼쳐보이며 민주화 투쟁의지를 보였다. 이후 이들은 사복 군부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와드는 한국발 미얀마행 항공편을 통해 미얀마에 입국, 지난달 31일부터 취재를 시작했다. 미얀마 군부는 CNN 특파원 일행을 직접 호위하며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부에 고용된 로비스트 아리 벤 메나쉬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CNN 기자들의 방문은 내가 주선했다"며 "우리는 그들이 보도하는 것이 좋든 나쁘든 모두 보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지금까지 미얀마 관련 보도들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군부를 옹호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의 호위를 받는 와드의 취재가 현실을 모두 담을 수 없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에 이들은 군부의 탄압 등을 알리기 위해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WhatsHappeningInMyanmar)'은 물론 'CNN은 속지마라(CNN don't get fooled)', '클라리사 와드'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있다.

한 만평은 와드가 현지 코디네이터의 호위를 받으며 취재를 하고 있지만 실상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그림을 통해 현 상황을 우회 비판했다. 한 시민은 "CNN, 당신의 솔직한 목소리가 미얀마의 삶을 구할 수 있다"는 팻말을 들기도 했다.

실제로 시민들이 올린 사진 등에 따르면 군부의 트럭 네 대 가량이 취재진의 차량을 따라다니고 있다. 또 체크 무늬 셔츠를 입은 남성이 계속해서 와드 주변을 맴돌고 있는 사진도 올라왔다.

손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