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중국인 백신 먼저 맞나…中, 일방적 ‘춘먀오 행동’ 지지 발표

입력
2021.04.0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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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측은 중국의 '춘먀오 행동' 계획을 지지"
한중 외교장관회담 후 中 발표에만 포함돼
해외 거주 중국인 백신 접종, 거점센터 건립
한중 건강코드 상호 인증도, '백신 여권' 역할


“한국 측은 중국의 ‘춘먀오(春苗ㆍ새싹) 행동’ 계획을 지지한다.”

3일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끝난 후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 올린 내용이다. 회담 성과와 양국 외교장관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춘먀오 행동’을 슬쩍 집어넣었다. 한국 외교부 발표나 정의용 장관 발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부분이다.

‘춘먀오 행동’은 중국 최대 연례정치행사 양회(兩會)가 열리던 지난달 7일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기자회견에서 처음 강조한 표현이다. 당시 왕 부장은 “재외 교민의 코로나 백신 접종을 위한 춘먀오 행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50개국 이상이 자국 접종계획에 중국 교민을 포함했다”면서 “적잖은 중국인이 해외 현지에서 중국 백신을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왕 부장은 아울러 “여건이 되는 국가에는 중국산 백신 접종센터를 설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춘먀오 행동은 중국이 코로나19 백신으로 국제사회 영향력을 넓히려는 ‘백신 외교’의 끝판왕이나 마찬가지다. 중국은 이미 80여개국에 자국 코로나 백신을 수출하거나 지원하고 있지만, 그것으로 모자라 해외 거주 중국인들에게 직접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것이다. 접종센터까지 설치한다면 해외에 중국 백신의 전초기지를 마련하는 셈이다. 중동의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해 중국산 백신 임상시험에 참여해 접종을 가장 먼저 긴급승인 한데 이어 지난달부터 중국 시노팜 코로나 백신을 직접 생산하는 최초의 해외생산기지가 됐다.

한국의 경우, 이제 막 일반인 대상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중국산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큰 상황에서 중국의 이 같은 물량 공세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백신 누적 접종자수는 중국이 1억1,000만명을 훌쩍 넘어선 반면, 한국은 아직 100만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은 최근 외국인 접종 제한이 풀리면서 본인이 원하는 경우 중국산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앞서 중국은 “중국산 백신을 맞은 경우 입국 시 비자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에 오려면 중국 백신을 먼저 접종하라는 의미다.


이와 함께 중국 외교부는 “양국이 건강코드 상호인증체제 구축과 백신 협력, 신속통로 적용범위 확대 등에 대한 조율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건강코드는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방역 위험지역에 다녀왔는지, 코로나 백신을 접종했는지 알려주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이다. 따라서 건강코드를 다른 국가와 상호인증 할 경우 ‘백신 여권’과 다를 바 없다. 서구에서 도입을 적극 논의 중인 글로벌 백신 여권 경쟁에서 중국이 한국을 고리로 반격의 기반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우리 외교부는 중국 측 발표와 관련해 4일 "양측은 코로나19 가운데서도 인적교류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고, 구체방안을 검토·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며 "백신 관련 협력은 우리 방역당국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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