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컨테이너선 좌초 사고로 촉발된 수에즈 운하 경색 사태가 마무리됐다. 기다리던 배들이 전부 지나가면서다. 일이 벌어진 지 11일 만이다. 그러나 배상 책임 논의는 이제부터다.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3일(현지시간) 낸 성명에서 “‘에버기븐’호 좌초 이후 수로에서 대기하고 있던 모든 배들이 통항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SCA에 따르면 좌초된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지난달 29일 부양됐을 당시 대기 선박은 422척이었는데 이 가운데 이날 61척이 운하를 마지막으로 통과했다. 이날 운하를 통과할 배는 모두 85척이었지만 이 중 24척은 에버기븐호가 부양된 뒤 도착한 배라고 SCA는 설명했다.
SCA의 사고 원인 조사는 같은 달 31일 시작됐다. 강풍 탓에 선체가 뜻대로 통제되지 않았다는 게 에버기븐호 선원들 주장이다. 하지만 SCA 측은 항해 과정에서 일부 선원의 과실이 있었거나 운항 관련 기계 장치가 고장났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사마 라비 청장은 2일 늦게 민영 방송 MBC 마스르 TV에 “조사는 잘 되고 있다”며 “이틀 정도 더 걸릴 것이고 그때 우리는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상 책임도 논란거리다. 지난달 23일 길이 400m 에버기븐호가 운하를 가로막은 뒤 국제 공급망이 혼란에 빠졌고, 특수 구난팀이 대규모 준설 및 계속된 예인 작업 끝에 좌초된 배를 뜨게 하는 데에만 거의 1주일이 걸렸다. 글로벌 교역의 12%를 차지하는 유럽과 아시아 사이 길목 수에즈 운하가 차단되며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이집트는 하루 1,400만달러(약 158억원)의 통행료 수입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한다.
피해를 배상하지 않으면 에버기븐호를 석방하지 않겠다는 게 이집트 측 입장이다. 이집트가 청구하겠다고 밝힌 배상금 액수는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다. 운송료, 준설ㆍ인양 작업으로 인한 운하 파손, 장비 및 인건비 등을 고려한 추정치다. 다만 어느 곳에 배상금을 청구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집트 당국의 사고 원인 조사 결과가 나오면 에버기븐호 선주인 일본 ‘쇼에이 기선’, 선박 운용사인 대만 ‘에버그린’ 간의 책임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