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가 '사고친' 빌 황 믿는 이유?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

입력
2021.04.03 16:00
황을 월가로 이끈 '전설' 줄리언 로버트슨
"빌이 은행에서 돈 뺏은 것도 아니지 않나"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를 이끌며 대규모 마진콜(강제청산) 파문을 불러일으킨 빌 황에 대한 주변인들의 평에 등장하는 것은 그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것이다.

그를 뉴욕 월가로 이끈 인물로 알려진 '헤지펀드의 전설' 줄리언 로버트슨도 "나는 빌의 팬이고,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고 옹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버트슨 "은행 돈 뺏은 것도 아니잖나"

2일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블룸버그와 인터뷰한 로버트슨은 황을 "훌륭한 투자자이고, 이것으로부터 배울 것"이라며 황과 함께 계속 투자하겠다고 했다.

그는 "빌은 놀라운 사람이고, 이런 일이 그의 인생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건 비극적"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황에 대해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고, 많은 젊은이들과 일한다"며 "당신들이 뭐라 하든 그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했다.

과도한 레버리지를 끌어당겨 투자했다는 지적에는 "비즈니스 실수"라며 "이 실수로 그 자신이 누구보다 더 큰 피해를 입었고, 은행으로부터 돈을 뺏은 것도 아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로버트슨의 말대로, 레버리지를 내어준 것은 각 투자은행(IB)의 판단이다. 골드만삭스 등 일부 IB들은 강제 청산을 통해 손실을 대부분 회피한 반면, 노무라와 크레디트스위스 등은 큰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신의 가호를 받은 투자자"라고 불렸지만

1980년 타이거 매니지먼트를 설립한 로버트슨은 사실상 황을 월가로 이끈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FT가 인용한 그의 링크드인 프로필에 따르면 황은 1996년 타이거 펀드에 합류했다. 황은 2001년 로버트슨의 지원을 받아 '타이거 아시아 매니지먼트'를 설립해 최대 5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굴렸다. '타이거 펀드'의 자식이기 때문에 그는 '새끼 호랑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이에 앞서 그는 한국의 현대증권과 홍콩의 페레그린투자홀딩스를 거쳤다. 페레그린은 그가 떠난 후 얼마 되지 않은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무너지며 BNP파리바에 인수됐다. FT에 따르면, 당시 주변인들은 "독실한 기독교인인 황이 축복과 신의 가호를 받았다"고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신의 가호'가 부족했던 것일까. 2012년 내부자 거래 혐의가 적발돼 타이거아시아를 폐쇄했고, 민사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4,400만 달러를 냈다.


"돈보다 신을 더 좋아한다"

이 시기 황은 외려 더욱 믿음에 의지했다. 유튜브에 공개된 인터뷰에 따르면, "인맥도, 돈도 소용이 없는 시점에 의지할 곳은 신뿐이었다." 수시간 동안 영화배우 새뮤얼 L. 잭슨의 성경 낭독을 들으며 스스로를 구했다고 했다.

이후 그는 타이거아시아를 '아케고스'라는 이름의 패밀리 오피스(비공개 자산운용사)로 변경했다. '아케고스'란 명칭 자체가 '선도자, 구원자'라는 뜻으로 성경에선 예수를 뜻한다.

황은 자신의 큰 레버리지 투자는 비밀로 했지만, 종교 활동은 적극 공개했다. 2007년 '그레이스 앤드 머시' 재단을 설립했고, 재단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비영리 기독교 단체에 기부했다.

황은 이 재단의 소유주가 아니기 때문에 '아케고스 사태'의 영향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유튜브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그는 "돈보다 신을 더 좋아한다"며 "돈은 신이 나에게 다른 이들과 나누도록 주신 선물"이라고 했다.

황 본인은 현재까지 언론의 접촉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아케고스의 대변인은 "우리의 파트너와 직원들에게 힘겨운 시간"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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