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고 일어나면 수백% '떡상'...알트코인 전성시대?

입력
2021.04.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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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급등한 알트코인 점유율... 2030이 '큰 손'
수백~수천%씩 오르내리는 변동성이 매력
난립하는 불량 알트코인 '경고등'

"자 또 돈 복사하러 갑시다. 오늘은 '픽셀', '도지코인'입니다."

20·30세대들의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코인) 투자 열기가 뜨겁다. 비트코인 대비 가격은 싸지만, 등락이 심해 투자 타이밍만 잘 맞추면 거액을 손에 쥘 수 있어서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코인이지만, 하룻밤 사이 수백% 올랐다, 다시 내려오기도 해 밤잠을 설치며 '가즈아~'를 외치는 코인러(코인 투자자)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알트코인 투자로 수억 원을 벌었음을 인증하는 사람이 속속 나오면서, 포모(FOMO·나만 뒤처진다는 불안감) 증후군을 호소하다, '혹시 나도'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뒤늦게 코인장에 합류하는 코린이(초보 가상화폐 투자자)도 급증하고 있다.

다만 알트코인 투자 열기에 언제 상폐될지 모르는 불량코인 거래도 함께 늘면서 자칫 하다가는 투자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다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높아지는 알트코인 점유율... UBAI 연초 대비 3배↑

2일 가상화폐 시세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가상화폐 시장에서 '대장주' 비트코인의 시가총액 점유율은 58%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인마켓캡에 등록된 9,100여 개의 가상화폐 중 이더리움 등 다른 알트코인이 차지하는 시총 점유율이 무려 42%에 달한다는 뜻이다. 올해 초만 해도 비트코인 점유율은 70%에 달했다.

비트코인 개당 가격이 7,000만 원을 넘기면서 매일같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총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알트코인 거래량이 늘고 가격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업비트가 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코인의 거래량과 가격을 지수화한 '업비트 알트코인 인덱스(UBAI)'는 이날 6,000을 넘기면서 연초(약 1,700)에 비해 3.5배 이상 높아졌다.

이는 올해 초 '주식 열풍'으로 코스피 3,000 돌파를 주도했던 2030 세대가 가상화폐 거래로 둥지를 옮긴 영향이 컸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올해 2월 가상화폐 앱 월간 순이용자 수(MAU)는 처음으로 300만 명을 넘었으며, 이 중 2030 세대 비중은 59%에 달했다. 1월 와이즈앱 조사(46.8%)와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고위험 자산의 높은 변동성이 매력... '불량코인' 주의보

'코인판'에 뛰어든 20·30 세대 투자자들에게 알트코인의 '높은 변동성'은 투자 욕구를 당기는 매력적 요소다. 며칠 만에 뚜렷한 이유도 없이 수백%씩 가격이 널뛰는 경우가 많아 수완만 좋으면 단기간에 목돈을 만질 수 있다.

실제로 주식에 있던 자금 3,000만 원을 빼 알트코인에 투자한 A(31)씨는 수 차례의 '떡상'을 등에 업고 4개월 만에 4억 9,000만 원을 손에 쥐었다. 성과가 눈에 보이니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았다. A씨는 "알트코인의 경우 일주일 만에 가격이 400%씩 뛰는 건 예삿일"이라며 "처음엔 호기심에 수십만 원씩 넣었다가, 가상화폐 시장을 본격적으로 분석하고 공부하면서 큰 자금을 굴리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거래소들이 검증되지 않은 가상화폐들을 경쟁적으로 상장시키면서 '불량 코인'이 발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알트코인 투자 열기가 불기 전에도 요건을 갖추지 못해 지난 1년 동안 상장폐지된 불량 코인은 120개가 넘는다. 높은 변동성에 기대감을 걸고 무턱대고 투자했다가는 원금을 송두리째 날릴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특히 코인장에 처음 발을 들인 '코린이'들이 주요 피해 대상일 수 있다. 포모 증후군에 몰려 제대로 된 분석 없이 깜깜이 투자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식 금융자산으로 인정 받지 못한 가상화폐 시장엔 투자자 안전을 위한 제도가 거의 없다시피한 만큼, 결국 개개인이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지난달 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가상화폐는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자산이라기보다는 투기의 대상"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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