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지구엔 문중 땅, 문중 묘엔 100억 도로...광양시장, 또 이해충돌 논란

입력
2021.04.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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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중 토지 대부분 유명 브랜드 아파트 부지 편입
'사업비 97억' 문중 묘 인근 도로 개설도 의혹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전남 광양시 성황동 일대에 정현복 광양시장 일가 소유 토지가 대거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광양시가 1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정 시장 문중 묘로 가는 도로를 새로 닦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사업들은 정 시장 취임 이후 본격 추진돼 이해충돌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양 내 미니 신도시로 불리는 성황·도이지구 도시개발구역 내에 정 시장의 문중인 진주 정씨 종중 소유 토지가 15필지(8,760㎡) 포함됐다.

성황·도이지구는 정 시장이 광양시 부시장이던 2009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이후 몇 년 동안 사업에 진척이 없었다. 지지부진하던 사업에 탄력이 붙은 건 정 시장 취임 이후다. 취임 1년 만인 2015년 보상 협의가 시작됐고, 2016년부터 개발에 착수해 2017년 6월 착공됐다.

전남도가 고시한 성황·도이지구 개발계획수립 변경안에 따르면, 문중이 소유한 땅이 대거 성황지구 내 유일한 유명 브랜드 아파트인 푸르지오더퍼스트와 센트럴자이아파트 부지에 걸쳐 있다. 임야를 제외한 대부분의 토지가 아파트 부지에 포함된 모양새다. 환지 방식 대토(代土) 보상 대신 보상금을 받아 논란이 일었던 정 시장 소유의 토지 부근이기도 하다.

진주 정씨 문중은 성황지구 개발이 시작된 직후 일부 토지를 매각했다. 팔린 땅은 다수의 소유자가 나눠 갖는 지분쪼개기 식으로 등기됐다. 인근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땅값이 요동친 적은 없지만, 아무래도 개발 시작 단계에서는 시세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광양시 관계자는 "주변 동네가 이미 개발이 돼서 순차적으로 성황동도 개발되는 과정에 불과하다"며 "시장의 문중 땅이 있어서 개발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문중 토지와 관련한 논란은 이뿐이 아니다. 광양시가 2015년부터 옥곡면 오동마을과 삼존마을을 연결하는 길이 3㎞, 폭 6.5m의 도로 확장 및 포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을 두고서도 뒷말이 나온다. 해당 도로가 진주 정씨 문중 묘로 가는 길과 이어지는 탓이다. 해당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만 96억8,000만 원이다. 시는 주민숙원사업이라고 해명했지만, 이용자가 많지 않은데다 이미 기존에 큰 농로가 있어 의혹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정 시장이 문중 묘 진입을 위해 도로를 개설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 시장을 둘러싼 이해충돌 의혹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정 시장은 앞서 자신과 아들이 소유한 칠성리 일대에 도로를 개설하기로 해 논란에 휩싸였다. 성황·도이지구 도시개발구역에 수용된 토지에 대한 보상으로 환지 방식 대토 대신 보상금을 이례적으로 우선지급 받고도 공직자 재산신고에는 누락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광양시가 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정 시장 배우자가 최근 사들인 땅을 지나는 도로를 신설하기로 한 사실도 밝혀졌다.

윤한슬 기자
오지혜 기자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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