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용인반도체 토지 투기 의혹 경기도청 전 간부 영장신청

입력
2021.04.02 10:49
매입한 토지에 대한 몰수보전 신청
검찰도 같은 날 바로 법원에 청구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5일 열릴 듯

경기도청 투자유치 담당업무를 맡으면서 용인 SK반도체클러스터 개발 예정지 인접 토지를 매입해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전직 공무원 A씨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해당 토지에 대한 몰수보전 신청도 이뤄졌다.

2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특별수사대는 이날 오전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토지를 매입한 혐의(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하루 전인 지난 1일 해당 토지를 몰수보전 신청했으며, 검찰도 당일 오후 법원에 몰수보전을 청구했다.

몰수보전은 범죄 피의자가 확정판결을 받기 전에 몰수 대상인 불법 수익 재산을 임의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원의 처분이다. 검찰이 이날 중 영장을 청구하게 되면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5일 오전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A씨는 경기도 투자진흥과 기업투자유치 담당으로 재직하던 2018년 8~9월 2개월에 걸쳐 SK반도체클러스터 사업지구와 인접한 용인시 원삼면 독성리 땅 1,500여㎡ 등 8필지를 부인 B씨 명의 회사와 장모 명의로 6억3,000만원에 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매입한 토지는 현재 시세로 2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결과 A씨가 땅을 매입할 때는 경기도가 기회재정부와 산업자원부 등을 방문해 SK반도체클러스터 조성 사업을 건의하던 시기였다. A씨가 2018년 1월 SK건설이 용인시에 산업단지 물량배정을 요청하는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사실을 알고, 같은 달 16일 이를 경기도에 최초 투자동향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정부는 경기도의 이 같은 건의를 받아들여 2018년 12월 민간투자 120조원 규모의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계획을 발표했고 2019년 2월 SK하이닉스가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투자의향서를 용인시에 공식 제출했다.

같은 해 3월 경기도는 SK반도체클러스터 조성지가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로 확정됐다는 보도자료를 냈는데 담당 팀장이 바로 A씨다. A씨는 SK반도체클러스터가 확정 발표되고 두 달 뒤인 2019년 5월 퇴직했다.

경기도는 앞서 A씨가 공무상 얻은 비밀을 이용해 땅을 사들인 것으로 판단해 지난달 23일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수사를 맡은 경찰은 지난달 25일 경기도청과 A씨의 사무실과 거주지, A씨 부인 명의의 회사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으며 사흘 뒤인 같은 달 28일 A씨와 A씨 부인을 소환 조사를 벌였다. 이들은 출석 당시 심경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추가 고발된 지인의 SK반도체클러스터 사업지구 내 토지 842㎡를 매입하는 과정에 관여했는지 여부 등에 대한 수사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부인에 대한 신병 처리도 마무리짓는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과 협의 결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토지 매입 정황이 나와 영장을 신청했다”며 “구속영장이 발부 되는대로 추가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동산투기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신고센터에는 전날 41건의 신고가 추가로 접수돼 현재까지 투기 신고는 총 647건으로 늘었다.

임명수 기자
윤한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