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 출범하고 MOU도…식품업계 'ESG 경영' 속도

입력
2021.04.02 04:30
'지속가능성' 기업가치 평가기준으로 부상
이사회 재정비…구조 개선으로 ESG 강화

식품업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신설하거나 전담부서를 두고, 혹은 업무협약(MOU)을 활발하게 맺으면서 ESG 체제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수익성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지속가능성이 주요한 평가 지표로 꼽히면서 ESG 경영은 기업 생존의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먹거리를 다루는 식품업계는 안전과 환경 이슈에 민감한 만큼 ESG 경영 정착을 위한 구조 개선부터 발 빠르게 나서는 분위기다.

ESG위원회 신설..그룹 DNA 바꾼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업체들의 ESG 경영 첫걸음은 이사회 재정비다. ESG 경영 기반을 마련하고 여러 관련 사업들을 구체화하기 위해 먼저 이사회 내 주요 임원진으로 구성된 ESG위원회를 신설한다. ESG위원회는 기업에 맞는 친환경 경영 전략이나 사회공헌 사업 등을 추진하는 의사결정기구로 기업에 ESG 체제를 뿌리내리는 역할을 맡게 된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초 이광범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총 10개 팀으로 구성된 ESG위원회를 출범했다. 위원회를 주축으로 2025년까지 플라스틱 배출량을 20% 이상 감축한다는 목표다. 삼양식품도 최근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김정수 총괄사장을 ESG위원장에 올리기로 했다. 김 사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는 ESG 경영을 적극 실천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2017년부터 ESG위원회를 두고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한 풀무원은 '바른마음경영'이라는 전담 부서도 신설했다. 또 식물성 단백질 전담 연구 부서인 'PPM' 사업부도 꾸려 육류 사용을 최소화하고 식물성 원료만을 사용한 신제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외부와의 협업도 확대 추세다. 오비맥주는 스타트업 리하베스트와 MOU를 맺고 맥주 부산물을 원료로 활용한 식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카스의 부산물로 만든 '리너지바'를 선보인 후 그래놀라 등 간편대체식으로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SKC, 우성케미칼과 손잡고 바다에서도 완전 생분해되는 소재 PHA(Polyhydroxyalkanoate)로 식품 포장재를 개발해 시중 제품에 적용할 예정이다.

ESG 평가 등급 올려라

업계에서는 ESG가 투자의 기준이 될 뿐 아니라 인수합병(M&A)의 가치를 평가할 때도 쟁점이 된다고 설명한다. 세계 최대 자산운영사 블랙록은 지난해 투자 결정의 최우선 순위로 ESG를 삼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때문에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매년 발표하는 'ESG 평가'의 등급을 올리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ESG 등급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핵심지표로 인식된다.

업계 관계자는 "2018년부터 투자 기준으로 ESG가 부상하면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얼마나 안정적으로 ESG 경영을 체화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최근엔 친환경 이슈에서 나아가 ESG의 'G'에 해당하는 지배구조 개선에 힘을 쏟기도 한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첫 여성 사내이사로 김소영 AN사업본부장(부사장 대우)을 선임했다. 풀무원은 건전한 지배구조 체제를 유지한다는 취지로 11명인 이사회 구성원 중 사외이사 비중을 60% 이상으로 늘렸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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