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스마트폰 회사들도 AI 뽐냈지만 기능은 '붕어빵' 같았다
일반인공지능(AGI) 시대를 예언했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에서 기조강연장에 등장하자 관객들이 숨을 죽였다. 직접 현장에 나타나는 대신 영상으로 참가한 커즈와일은 "AI의 '환각 현상(hallucination)'은 점점 줄어들고 악용하려는 시도에도 더 잘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특이점' 이후 시대에 대한 낙관론을 쏟아내는 한편 '뇌와 클라우드가 직접 연결될 수 있다'며 정보통신기술(ICT)의 미래상도 그렸다. 그동안 MWC가 이동통신을 중심으로 통신업계 전시회로 꾸며져 전자기기 중심인 미국의 'CES'와 역할을 나눠왔다면 올해는 AI가 두 전시를 모두 지배했다. 거대 기술기업(빅 테크) 가운데 AI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이 모습을 드러내 기업간거래(B2B)와 개인용 서비스에 걸쳐 AI의 응용 사례를 두루 내보였다. '온디바이스(기기 자체로 작동하는) AI'를 지원하는 반도체를 갖춘 퀄컴이 중심 전시장인 3관에 거대한 전시장을 열고 퀄컴의 반도체가 들어있는 스마트폰과 개인용 컴퓨터(PC), 웨어러블(착용 가능) 제품을 잔뜩 뽐냈다. 통신사들도 나름의 해답을 들고 나왔다. 이들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접근은 두 가지다. AI 이용자 입장에서 네트워크 운영·보안 등 자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과 AI를 위한 데이터센터(IDC)·서비스를 직접 공급해 'AI 생태계'에서 역할을 찾는 방향이다. 네트워크 성능 개선의 경우 대표적으로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와 손잡고 'AI-RAN(무선접속네트워크)'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들이 이끌고 있는 'AI-RAN 동맹'에는 한국 삼성전자와 SK텔레콤, KT도 힘을 보태고 있다. 두 번째 방향은 △AI 데이터센터(AIDC) 운영과 △AI 에이전트(비서)로 나눠볼 수 있다. ①SK텔레콤은 SK 계열 SK하이닉스와 SKC, SK엔무브를 끌어들여 데이터센터 운영 기술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에이전트 쪽을 띄웠다. ②KT의 경우 업무를 돕는 네 가지 종류의 에이전트를 소개했다. ③LG유플러스는 2024년 말 출시한 '익시오'가 통화를 넘어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히면서 이날 구글 및 구글 클라우드와 손잡고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방위 협력을 펼쳐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AI 비서가 필수였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AI'를 선보인 것처럼 중국 브랜드 샤오미는 '하이퍼 AI', 레노버의 산하 브랜드 모토로라는 '모토 AI', 아너는 '아너 AI' 브랜드를 내걸고 'AI 전쟁'에 뛰어들었다. 특히 아너의 경우 구글 클라우드와 퀄컴, 유럽 통신사 등을 파트너로 삼고 AI 생태계에 5년 동안 100억 달러(약 14조6,200억 원)를 투자하는 '아너 알파 플랜'을 발표했다. 다만 실제 내용을 보면 AI 이미지 편집처럼 기능은 거의 엇비슷했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맹주인 구글이 AI 비서 '제미나이'를 공급하면서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성능이 허용하는 한 'AI 에이전트' 기능을 제품에 녹였다. 애플이 없는 MWC 특성상 구글 관계자들이 대부분의 모바일 기업들이 마련한 출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며 '모바일 AI' 시대의 주도자임을 자랑했다. 구글은 MWC 첫날인 3일 AI 비서 '제미나이 라이브'가 기존의 사진과 음향 외에도 움직이는 화면과 영상을 인식하며 AI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능을 발표했다. 새 기능은 이르면 이달 안으로 '구글 원 AI 프리미엄' 구독자에게 제공할 예정이며 지난해 말 예고한 새로운 멀티모달 AI 비서 '프로젝트 아스트라'의 일부 기능을 상용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