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일 없는 정부... '백신도입TF'에 '자가진단 키트' 카드도 꺼냈다

입력
2021.04.0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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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확진자 수까지 연일 500명대로 치솟으면서 방역당국이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3차 대유행 정점에서 하루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나들 때도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부정적이었던 자가진단 키트 도입을 논의하는데 이어, 백신 도입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TF(태스크포스)까지 꾸렸다. 방역, 백신 어느 하나 되는 일이 없는 정부는 바짝 몸이 달아올랐다.

외교부, 산자부까지 범정부 백신 도입 TF 결성

보건복지부는 1일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이 차질 없이 진행되기 위해 백신 수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범정부 백신 도입 TF'를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 TF에는 복지부(백신도입총괄), 질병관리청(실무지원), 식품의약품안전처(신속허가 및 출하 승인)는 물론, 산업통상자원부(원료수급지원), 외교부(국제협력지원) 등이 참가한다. TF팀장은 복지부장관이 맡는다. TF 아래에는 백신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신속 대응할 수 있도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실무지원단을 둔다. TF 지원을 위해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내에는 '백신 도입 사무국'을 설치했다.

정확도 떨어진다던 '자가진단 키트'까지

또 위태로운 방역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자가진단 키트 도입 카드를 제시했다. 권준욱 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코로나19 장기화 및 대유행에 대비해 진단검사 확대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며 "2일 열리는 방역물품 의료기기 전문위원회에서 자가진단 키트 활용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가진단 키트는 스스로 검체를 채취해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결과 확인까지 15분 정도 걸린다. 임시선별검사소나 병원에서 하는 PCR 검사가 결과가 나오기까지 통상 반나절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에 비해 훨씬 간편하고 빠르다. 다만 자가진단 키트는 정확도가 최대 85%밖에 되지 않는다. 또 비의료인이 스스로 검사하긴 까다롭기도 하다. 방역당국이 그간 자가진단 키트 도입에 긍정적이지 않았던 이유다.

백신은 부족하고, 3차 대유행 재확산 기미까지

정부가 범정부TF를 꾸리고, 자가진단 키트 도입까지 검토하고 나선 것은 하루가 다르게 상황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우리나라는 상반기 내 1,200만 명 접종을 목표로 했지만, 정작 이들에게 맞힐 백신 수급이 불안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차 접종 물량을 1차로 돌려 사용하는 상황까지 왔다. 세계적 코로나19 백신 확보 전쟁이 갈수록 심화된다면 앞으로 백신 수급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대로 가다간 '11월 집단면역 형성'이란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자가진단 키트 도입도 마찬가지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551명으로, 41일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3차 대유행 재확산 '우려'가 '가능성'으로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그간 상대적으로 괜찮았던 비수도권이 심상치 않다. 확진자가 계속 늘자 이날 부산, 경남 진주와 거제 등 일부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권 부본부장은 "유행을 주도하는 특정 집단을 분명하게 한정할 수 없을 정도로 감염이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정확도나 정밀성 이상으로 간편성, 접근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신 도입, TF가 아니라 대통령이 나서라"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백신 도입에 총력전을 벌여야 하는 만큼 범부처 백신도입TF 출범은 당연하다면서도, 장관급이 아닌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보여 주기 행정에 불과하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백신을 사오지 않는 이상 달라질 게 없다"고 비판했다.

자가진단 키트에 대해서도 자칫 부정확한 진단으로 인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확도가 낮아 가짜 음성 판정이 나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확도 대신 신속성에 무게를 두는 주장도 있었다. 가정, 학교, 유치원 등에서 자주 검사할 수 있다면 감염저지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처음엔 어색해도 익숙해지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하다"며 "필요할 때 즉각적으로 빠르게 할 수 있어 감염을 차단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