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현지시간) 음성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클럽하우스 대화방에 등장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말이다. 저커버그는 미국 정보기술(IT)매체 테크크런치 기자 출신인 미디어 비평가 조시 콘스틴이 "왜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폭발하고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오디오형 SNS가 떴다. 포화 상태에 달한 SNS 시장에서 오디오 콘텐츠가 각 SNS의 경쟁력을 높일 차세대 서비스로 떠올랐다.
불을 댕긴 것은 지난해 첫선을 보인 클럽하우스다. 만들어진 지 1년 만에 주간 이용자가 1,0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 SNS로 자리매김했다. 짧은 시간에 빠르게 성장하면서 개인 정보 유출 등 문제점도 지적되지만 최근에는 페이스북·트위터 등 기존 주류 SNS의 '클럽하우스 복제품(clone)' 출시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저커버그와 대니얼 엑 스포티파이 CEO, 토비 뤼케 쇼피파이 CEO 등 실리콘밸리 명사들이 함께한 이날 클럽하우스 대화방에서 '오디오 SNS의 잠재력'은 대화의 주요 주제 중 하나였다. 저커버그는 "라이브 오디오 방송의 한 양식을 개척했다"며 경쟁 SNS 업체인 클럽하우스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클럽하우스 카피(포천), 클럽하우스 복제품(더버지), 클럽하우스 도플갱어(스터프).'
최근 IT 전문 주요 외신들은 SNS 업계가 서둘러 오디오를 중요한 기본 기능으로 장착하고 있는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클럽하우스의 성공을 계기로 그만큼 단숨에 오디오 SNS의 새판이 열렸다는 의미다.
더버지는 지난달 30일 비즈니스 전문 SNS 링크트인(LinkedIn)의 오디오 기능 개발 소식을 전하면서 "모든 대형 기술 기업이 클럽하우스 같은 SNS 오디오 기능을 연구하고 있는 듯 보인다"고도 했다.
①페이스북은 클럽하우스와 같은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파이어사이드'를 연내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고, ②트위터는 지난해 12월 일부 이용자들에게 선보인 음성 서비스 '스페이스'를 이달 중 모든 사용자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③스포티파이는 라이브 오디오 앱 '베티 랩스'를 인수한다고 발표했고, ④링크트인은 오디오 대화 기능 베타 테스트를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다. 그동안 아이폰에서만 작동했던 ⑤'오디오 SNS 열풍의 원조' 클럽하우스도 이르면 다음 달 안드로이드 버전을 추가로 내놓는다.
미 인터넷매체 복스는 클럽하우스의 인기를 전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오디오 SNS 시장 확대로 SNS 이용자들에게는 유튜버처럼 '오디오 크리에이터'로 성장할 기회가 열린다는 이야기다.
오디오 SNS의 수익 모델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지만 복스는 "SNS 성장 초기에 사람들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어떻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몰랐고,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문은 닫히고 있다"며 "'라이브 오디오'라는 영토에서는 새 영역을 구축할 기회가 아직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이를 노린 오디오 콘텐츠 생산 조직도 생겨났다.
지난달 초 오디오 크리에이터 40명이 참여해 출범시킨 '오디오 컬렉티브'는 오디오 크리에이터를 지원하는 동시에 이벤트 기획과 브랜드 컨설팅을 하는 업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회사 소속 크리에이터들은 스스로에 대해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유튜버·틱톡 스타의 뒤를 이으면서도 미디어와 크리에이터 지형을 더 확장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기대가 가능한 것은 무엇보다 최근 오디오북을 비롯해 오디오 콘텐츠가 그 자체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미국출판협회(AAP)에 따르면 도서 출판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문은 오디오북이다. 또 스포티파이를 통해 방송되는 팟캐스트는 2019년의 70만 개에서 지금은 220만 개로 늘었다.
영상 시대에 '듣는' 콘텐츠가 활기를 띠는 이유는 뭘까.
오디오에 익숙한 기성 세대와 달리 영상 콘텐츠에 익숙한 젊은층에 오디오는 오히려 기존에 잘 접하지 못했던 신선한 느낌을 준다. 기술적으로는 스마트 기기와 무선 이어폰 보급 대중화의 역할이 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장기화도 영향을 미쳤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고 온라인 화상회의 참여 기회가 많아지면서 모니터 앞을 지켜야 하는 영상보다 이동하면서 즐기기에 상대적으로 더 편리한 오디오 콘텐츠가 인기를 얻는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종이 카탈로그 발행 중단 입장을 밝힌 스웨덴 가구 업체 이케아가 미국에서 오디오 콘텐츠 형식의 카탈로그를 내놓은 것도 그래서다. 낭독자가 카탈로그를 한 장 한 장 넘겨 가며 그 안의 내용을 설명하는 4시간 분량 팟캐스트 형식으로 공개됐다. 서두에는 "집에서만 지내기 지루한 이들을 위해 새로운 들을 거리를 만들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오디오가 온라인 콘텐츠의 궁극적인 미래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클럽하우스의 실시간 오디오 소통은 사실 확인이 쉽지 않고, 다른 이들을 괴롭히는 내용에 대해서도 규제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최근 유해 콘텐츠 확산 저지에 힘을 쏟고 있는 주류 SNS 업체들이 오디오 SNS 시장에 뛰어든 만큼 우려보다는 기대가 크다고 미 언론들은 평가하고 있다.
SNS 유명 분석가인 제레미아 오양은 오디오 SNS가 각광받는 데 대해 '골디락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최적의 상태)'라고 표현했다. "문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비디오는 지나치다. 그래서 오디오가 딱 맞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팟캐스트 '테크퍼스트'에 출연해 "격리 생활 중인 이들로서는 문자 소통만으로는 갇혀 지내며 느끼는 감정까지 전달하기가 어렵다"며 "화상 시스템은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