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거리 시위'에 나섰다. 국내 최대 공기업 중 하나인 인천공항공사 사장의 행보로는 굉장히 이례적이다. 무슨 사정이 있는 것일까.
김경욱 사장은 1일 오전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 진입로 앞에 마이크를 잡고 섰다. 작정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마스크로 입과 얼굴은 가렸지만, 결기는 오롯이 새나왔다.
"스카이72가 점유하고 있는 토지는 국민의 재산이다. 공공의 이익이 사적 이익을 위해 침해되는 상황은 바로 잡아야 한다."
인천공항공사 임원들도 '무단 점유 중단'이라고 적힌 어깨 띠를 걸고 김 사장 옆에 섰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인천공항공사 임원들이 총출동해 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그들의 손에는 '스카이72 골프클럽은 토지 무단 점유 중입니다', '골프장 이용에 따른 피해가 없도록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힌 팻말이 들려 있었다.
이같은 배경에는 출구 없는 '버티기' 전략으로 3개월 넘게 무단 영업을 하고 있는 스카이72가 있다. 하루 2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진 스카이72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합법적인 영업"이라며 인천공항공사와의 법적 다툼이 마무리될 때까지 영업 중단은 없다고 선언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전날 스카이72 김영재 대표와 인천시 체육진흥과장을 각각 업무방해와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과 검찰에 고소한데 이어 이날 골프장에 대한 중수도 공급도 중단했다. 또 단계적으로 상수도와 전기, 통신을 끊고 골프장 진입로를 차단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사장은 "계약기간이 종료된 사업자가 막무가내식으로 공공 자산을 무단 점유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의 장으로서 엄중하고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스카이72는 공사로부터 빌린 활주로 예정지에 골프장을 지어 2005년부터 운영해왔다. 지난해까지 매출 1조 원, 영업이익 2,000억 원을 올렸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스카이72는 당초 지난해 말까지였던 토지 사용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골프장 시설을 인천공항공사에 넘기기로 실시협약을 맺었다. 이르면 올해나 내년에 제5활주로 공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 영향으로 현재 4활주로 공사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인천공항공사는 활주로 공사가 늦어진 만큼 골프장을 더 운영하기로 하고 지난해 9월 새 사업자(KMH신라레저)를 뽑았다. 스카이72와 체결한 실시협약에 계약 연장 조항이 없었고, 기존 사업자인 스카이72와는 계약 연장을 할 경우 특혜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카이72는 인천공항공사가 계약 갱신과 관련한 협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버티기' 영업에 들어갔다. 관련 소송도 냈다. 인천공항공사는 이에 맞서 부동산 인도 소송을 제기했다.
스카이72 관계자는 "공기업이 법을 뛰어넘어 민간기업을 위협하는 행위를 중단해달라"며 "김 사장 등 공사 임직원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KMH신라레저는 스카이72로부터 골프장을 넘겨 받는대로 캐디와 골프장 노동자 대부분의 고용을 승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영업 재개시까지 생계비 지원, 임금 5% 인상 등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