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는 피아노를 연주할 때 늘 음과 색깔을 연관지었다고 한다.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적 표현의 일부는 편두통 발작 중에 경험한 시각적 환각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슈만은 조증과 울증을 오가며 명곡을 써냈다. 네덜란드 뇌과학자인 디크 스왑은 이처럼 예술가들의 창조력이 일정 부분 정신적인 질병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스왑은 앞서 2010년에 처음 펴낸 ‘우리는 우리 뇌다’에서 ‘인간의 모든 정신작용은 뇌에서 비롯하기에 뇌는 단지 신체의 일부가 아니라 인간 그 자체’라고 주장했다. 6년 만의 후속작인 이 책에선 창조성이 인간 뇌의 본질적이라는 특성을 강조하며 뇌와 환경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지 보여준다.
집단 속에서 살며 복잡하고 다양한 소통 방식에 적응해야 했던 인간의 뇌는 환경의 수많은 자극을 받으며 창조적으로 발달했다. 그 결과 예술, 과학, 기술 등 고도의 문화적 환경이 만들어졌고, 이러한 환경은 다시 인간의 뇌에 영향을 줬다.
저자는 예술가들의 창조력과 정신의학적 질병과의 관계를 비롯해 미술과 음악의 치유 효과, 피아노 교습이 아동과 노인의 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등을 살피며 미술과 음악을 뇌 건강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뇌과학이 아동학대, 폭력, 우울증, 자살, 동성애, 안락사 같은 사회 이슈에 대해 어떤 설명을 내놓을 수 있는지도 말해준다.
저자는 정신의학적 질병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뇌과학의 성과를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본문만 7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여유 있는 편집과 쉽게 풀어 쓴 글, 다양한 구체적 사례, 170여 개의 도판 덕에 쉬이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