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킨 '신(新) 라이벌 대전' 개막

입력
2021.04.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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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개막하는 2021시즌 KBO리그가 얽히고 설킨 라이벌 구도로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먼저 올 시즌 새롭게 창단한 SSG와 롯데의 유통업계 맞수 대결이 개막전부터 예정돼 있다. 두 팀은 3, 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개막 2연전을 치르는데 벌써부터 장외 신경전이 한창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 롯데 등 야구단을 운영하는 기업을 향해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업계뿐만 아니라 KBO리그에서도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롯데를 사실상 도발한 것이다. SSG는 또 대규모 할인 행사를 통해 창단팀의 개막전을 홍보 중이다. 이마트는 1~4일 500여 종이 넘는 품목에 대해 대대적인 할인행사에 돌입하는 데 야구단 이름(SSG 랜더스)을 따 ‘랜더스 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롯데도 반격에 나섰다. 1일 창립기념일(23주년)을 맞은 롯데마트와 롯데ON은 다양한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 롯데ON은 특히 SSG와 원정 개막전을 겨냥해 ‘원정 가서 스윽 이기고 ON’ 이벤트를 시작했다. 스윽은 ‘SSG’를 발음 그대로 읽은 것이다.

사령탑들의 라이벌 구도도 흥미롭다. 류지현 신임 LG감독과 허문회 롯데 감독의 ‘30년 우정 대결’이 눈길을 끈다. 류 감독은 1971년생, 허 감독은 1972년 2월생으로 같은 90학번(류 감독 한양대ㆍ허 감독 경성대)다. 대학 시절 태극 마크를 함께 달았고 1994년엔 같은 LG유니폼을 입고 데뷔했다. 류 감독은 그 해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했고, 허 감독은 2차 전체 9순위로 해태에 지명된 직후 진행된 트레이드를 통해 LG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둘은 데뷔와 함께 우승도 맛봤는데 이것이 현재까지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또 허 감독의 결혼식 때 웨딩카 운전자도 류 감독이었다. 이런 묘하고도 오랜 인연을 거쳐 두 감독이 사령탑으로 변신해 라이벌로 맞닥뜨리게 됐다.

올해는 KBO리그 사상 처음으로 맷 윌리엄스 KIA 감독과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 등 2명의 외국인 사령탑이 지휘봉을 잡았다.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가진 윌리엄스 감독과 마이너리그 경력이 대부분인 수베로 감독이 KBO리그 사령탑 대결에선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특히 수베로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지난해 꼴찌 한화를 1위로 이끌어 또 한번 '외국인 감독 매직'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이밖에 김원형 SSG 감독, 홍원기 키움 감독, 류지현 감독 등 50대 전후 신임 감독들의 데이터 야구도 지켜볼 만하다.

이제는 리그 최고참급 선수가 된 ‘82년생 동갑내기’들의 투타 맞대결도 자주 선보일 전망이다. 리그 현역 82년생은 메이저리그에서 국내에 복귀한 추신수(SSG)를 비롯해 이대호(롯데), 그리고 오승환(삼성) 등 3명이다. 올해 이들보다 나이가 많은 현역 선수는 80년생 송승준(롯데)과 81년생 유한준(KT), 이성우(LG)까지 셋뿐이다.

추신수는 SSG의 테이블세터로 확실히 자리매김했고 이대호도 시범경기 7경기에서 타율 0.286에 4안타, 2루타 2개로 장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오승환 역시 시범 경기 2경기에서 2이닝 1피안타 무4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마무리로서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모두 소속팀의 주축 선수인 만큼 중요한 고비마다 경쟁 상대로 조명될 가능성이 높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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