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환자 수를 2주 이내에 200명대(전국 300명대) 수준으로 관리하는 게 이번 대책의 목표입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
지난 16일 '수도권특별방역대책'을 발표할 당시 정부가 제시한 목표다. 공교롭게도 특별방역대책 적용이 끝나는 31일 0시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506명을 기록했다. 목표치인 전국 300명대를 넘어 줄곧 400명대를 오르내리다 지난 27일 505명 이후 나흘 만에 다시 500명대에 진입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을 넘어, 이제 확진자 수가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때마침 코로나19 백신 수급 상황마저 여의치 않자, 전문가들은 '탄력적 방역 대책을 새로 세우자'는 제안을 내놨다.
정부는 수도권특별방역대책을 통해 2주간 방역을 강하게 옥죄었다. 그럼에도 환자 수가 줄지 않는 데에는 기존 방역체계가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란 평가다.
단적으로 현행 거리 두기 체계상 1주간 일평균 확진자 수가 400명 이상이면 2.5단계다. 지난 11일부터 신규 확진자 수는 이 조건을 충족했지만, 정부는 그 이후 12일, 26일 두 차례에 걸친 거리 두기 단계 조정 당시 단계 격상을 적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에서 상견례, 돌잔치, 선거운동 등을 예외로 하거나, 비수도권의 유흥시설 운영시간 제한을 해제하기까지 했다.
사실상 거리 두기 단계 자체가 무력화된 셈이다. 국민들의 방역 피로감, 자영업자들의 누적된 불만 등을 감안할 때 정부가 더는 방역 고삐를 죄는 게 불가능해진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날씨가 풀리면서 많은 사람이 봄나들이에 나서고, 변이 바이러스 확산 속도도 가팔라지는 상황인데도 정부가 아무런 힘을 못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차라리 올해 중·장기 방역 계획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방역당국의 계획대로 순탄하게 진행된다 해도, 상반기 접종자는 지역사회 감염과는 큰 관계가 없는 병원이나 시설 입소자나 고령층이고, 집단면역은 11월에나 형성된다. 그 사이에 방심은 금물이다. 더구나 백신 공급이 위태롭다는 징후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탄력적 방역 계획을 세우자는 제안이 나온다. 김우주 교수는 "이제껏 정부가 마련한 거리 두기 개편안 시행은 뒤로 미루고 지금은 지금 상황에 맞는 개편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지금은 고위험시설에서의 집단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유흥주점 출입 시 신속항원검사를 하게 하는 등 다양한 선택지를 만드는 것 또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