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퇴소 석달만에 만신창이 된 장애인, 명의 도용 피해도

입력
2021.03.31 15:51
모텔 등지서 감금돼 대출 등 강요 받아

경북 영덕군의 장애인 시설에서 퇴소 약 석달 만에 집단 폭행을 당한 채 발견된 20대 장애인(본보 3월 21일자 8면)이 감금과 명의 도용 피해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과 감금 등 혐의로 A(20)씨 일당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A씨 등은 최근 인천 미추홀구 길거리 등지에서 장애인 B(22)씨를 수 차례 집단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B씨를 모텔 등에 감금하고 B씨의 명의로 수백만원의 불법 대출을 받거나 휴대폰 3대를 불법 개통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22일 오후 B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112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해 A씨 일당을 붙잡았다.

집단 폭행을 당해 온몸에 멍이 들고 다리를 다친 B씨는 경찰의 임시 숙소에 머물다가 지난 26일 영덕군에 있는 S장애인거주시설에 인계됐다. 그는 지난해 12월 21일 해당 시설을 떠나 인천, 충남 천안 등 전국 여러 곳을 떠돌아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퇴소할 때 돈 1,000여만원과 휴대폰을 들고 나왔으나 폭행을 당한 채 발견됐을 때는 온데간데 없었다.

B씨가 험한 일을 당하지 않고도 돌아올 기회는 있었다. 지난 12일 인천의 한 지구대에서 "B씨 친구의 실종 신고를 받고 B씨를 찾았다"며 시설에 연락했고, 시설 직원들은 B씨를 인계 받아 영덕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영덕군은 “국민연금공단에서 판정을 받아야 한다”며 시설의 긴급 입소 신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B씨는 며칠 후 다시 실종됐고 온몸에 상처를 입고 나타나서야 영덕군은 입소를 허락했다.

S장애인거주시설 관계자는 "(누군가가) 20일쯤 영덕까지 와서 B씨를 끌고 갔다"며 "발견 당시 B씨 명의로 휴대폰 3대가 개통된 상태였는데, 열흘 전 긴급 입소 신청이 받아들여졌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인천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있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영덕= 김정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