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2% 떨어질 때 고가 81% 급등…文정부 아파트 양극화 역대 최고

입력
2021.04.01 01:00
양극화 지수 5분위 배율 4.7→8.8로 역대 최고치
1분위 아파트값 2% 떨어질 때 5분위는 81% 올라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 가격 격차도 심화

전국 고가아파트와 저가아파트의 가격 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때와 비교하면 3년여 만에 아파트값 양극화 지수가 2배 가까이 커졌다.

31일 KB부동산의 월간KB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3월 기준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8.8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8년 12월(8.1)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4.7)과 비교하면 1.87배 커졌다.

5분위 배율은 아파트를 가격 순으로 5등분해서 상위 20%(5분위) 평균 가격을 하위 20%(1분위) 평균 가격으로 나눈 것이다. 배율이 높을수록 아파트값 양극화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가와 고가아파트 간 가격 상승률 차이는 더욱 극명하다. 문정부 출범 때와 비교해 전국 1분위 아파트값이 1억1,837만4,000원에서 1억1,599만3,000원으로 약 2% 떨어진 반면 5분위 아파트는 5억6,078만4,000원에서 10억1,587만9,000원으로 81% 넘게 올랐다. KB부동산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의 고가아파트 가격 상승이 5분위 아파트값의 높은 상승률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 격차도 뚜렷했다. 수도권의 저가와 고가아파트 가격이 각각 16.1%, 88.4% 뛸 때 지방(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역)의 저가와 고가아파트값 상승률은 -10.1%, 16.1%에 그쳤다.

3월 기준 수도권의 5분위 아파트 평균가격은 13억5,899만3,000원으로, 지방 5분위 가격(3억8,469만9,000원)의 3.5배에 달했다. 울산은 광역시 중 유일하게 1분위 아파트 가격이 하락(약 27.0%)한 곳으로, 지역 경제의 침체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울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5분위 배율이 문정부 출범 때와 유사 수준에 머물렀다. 2018년 4월 5.1까지 올라갔던 5분위 배율이 등락을 반복하다 4.2로 다시 낮아졌다. 고가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되자 저가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분모가 되는 1분위 아파트값이 덩달아 오른 탓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의 5분위 배율이 낮아진 건 아파트 가격의 상향평준화 때문"이라며 "양극화 완화로 서민이 살기 좋아진 게 아니라 오히려 무주택자들은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아파트값을 잡으면서 가격 양극화를 줄이는 게 중요한 이유는 주택 자산의 불평등이 전체 자산의 불평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거주주택자산이 총자산의 불평등도에 기여하는 정도는 67.0%(구매가격 45.0%, 자본차익 22.0%)로 나타났다. 아파트 가격 격차가 금융자산이나 다른 실물자산보다도 양극화를 심화하는 원인인 것이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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