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의 동생 김여정이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직책을 맡고 있는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16일 이후 2주 만에 내놓은 개인 명의 담화를 통해서다. 한국 정부에 '떼떼(말더듬이)' 등 막말을 쏟아냈던 김 부부장은 이번엔 문재인 대통령을 거칠게 비난하며 '로열패밀리'로서의 위상을 과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김여정 부부장이 다음과 같은 담화를 발표했다"며 전문을 공개했다. 이전까지 '당 부부장'으로 소개해 왔는데, 처음으로 공식 직함을 확인한 것이다. 선전선동부는 대내외적 체제 선전과 사상교육을 담당하는 부서로, 조직지도부와 함께 노동당의 양대 권력 핵심으로 꼽힌다. 김 부부장이 조직지도부 일원이라는 추정이 많았던 터라, 1월 8차 당대회에서 '부부장' 강등 뒤 소속을 바꿨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 부부장은 26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문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그는 "남조선 집권자가 한 기념사가 또다시 우리(북한) 사람들을 놀래웠다(놀라게 했다)"며 "우리의 자위권을 유엔 결의 위반이니, 국제사회 위협이니 하고 걸고 드는 미국의 강도적인 주장을 덜함도 더함도 없이 신통하게 빼닮은 꼴"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을 거명하지 않았지만 "미국산 앵무새라고 '칭찬'해주어도 노여울 것은 없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한국 정부의 '현무-4' 발사와 무엇이 다르냐며 "후안무치하다" "체면도 상실했다" 등의 맹비난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을 겨냥한 막말에 청와대와 정부는 즉각 대응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여정 담화는) 유감이다. 북한도 대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도 "어떤 순간에도 서로에 대한 언행에 있어 최소한의 예법은 지켜져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했다.
독설로 가득찬 담화는 김 부부장이 소속·직급에 관계없이 '김정은의 입' 역할을 유지하고 있음을 재확인해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다른 인물이 선전선동부 부부장의 직함을 갖고 대미·대남 총괄 역할을 한다면 설득력이 없지만, 백두혈통인 김여정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거듭된 북미 간 신경전으로 메신저 역할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인사를 담당하는 조직지도부보다 선전선동부가 김 부부장에게 적합해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북한은 지난 2주간 순항·탄도미사일 발사 외에 대미·대남 담화를 5번 연달아 발표했다. 원칙주의를 앞세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다급한 속내가 묻어난다. 이번 담화는 이번 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등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많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선에서 추가 도발 명분을 쌓는 한편, 미국의 대북정책 확정 이전 우리 정부에 적극적 (미국) 설득에 나서 달라고 압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의 담화에서는 25일 발사한 발사체를 그간 칭해온 '신형전술유도탄'이 아닌 '탄도미사일'로 적시했다. 사실상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