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장 나선 마켓컬리 자신감 근거는…아마존·쿠팡도 없는 '이것'

입력
2021.03.30 18:40
LG와 면적·효율 최대 신선 물류센터 오픈
인력 움직임 최소화하고 물류 흐름 속도↑
새벽배송 지역 수도권 바깥으로 확대

마켓컬리가 경기 김포시에 신축한 물류센터 내부는 각종 컨베이어벨트가 바닥뿐 아니라 공중 곳곳에도 롤러코스터처럼 매달려 있었다. 지난달 운영을 시작한 이 센터에서는 전국에서 들어온 식료품들이 벨트를 타고 주문자 상자 앞까지 이동한다. 이렇게 하루 동안 센터에서 포장이 끝나는 상자가 22만 개에 이른다.

쿠팡의 미국 뉴욕증시 데뷔 직후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 역시 미국 상장 계획을 공개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서비스 제공 범위, 자금력 등 여러 방면에서 아직 덩치가 작은 컬리의 승부수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컬리를 이끄는 김슬아 대표는 30일 김포 물류센터를 외부에 처음 공개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국내 최대 신선 물류센터로 사업 확대 시동

이날 김 대표가 자신 있게 소개한 김포 물류센터는 약 8만3,000㎡(2만8,000평) 크기로 냉장·냉동·상온센터를 모두 갖춘 국내 최대 신선식품 특화 물류센터다. 서울 송파구와 경기 남양주시 등에 퍼져있는 기존 센터 4개를 다 합친 면적보다 1.3배 넓다.

단순 면적뿐 아니라 면적당 출고량도 끌어올렸다. 김포 물류센터 오픈 전 하루 평균 처리 물량(22만 상자)을 이젠 김포 한 곳에서 감당할 수 있어 컬리 총 처리 물량은 44만 상자로 늘었다. 센터 운영이 완벽하게 자리 잡으면 기존 9만여 건이었던 하루 처리 주문 건수도 2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발부터 신선식품 장보기에 집중한 컬리는 2015년 '샛별배송'을 시작하며 새벽배송 서비스를 처음으로 안착시킨 업체다. 물류센터 건립과 투자 집행의 속도가 빠르지 않은 편이라 아직까진 서울과 수도권에서만 새벽배송을 제공하고 있다.

새 물류센터 가동으로 배송효율이 높아진 컬리는 본격적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힌다. 우선 기존 센터는 수도권 동남권을 맡고 김포 센터가 서북부에 집중한다. 올해 상반기 중 인구 밀집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수도권 바깥까지 배송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복·생선도 산 채로 배송하는 기술

쇼핑 창구가 온라인으로 전환한 지 오래지만 아직 신선식품 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은 20% 미만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비식품 침투율이 품목별로 최대 80%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시장 선도 시 성장 잠재력이 상당하다.

하지만 철저한 온도 관리 체계가 잡혀야 신선도와 품질이 유지될뿐더러 물류센터 안에서의 이동도 빨라야 해 기술 장벽 역시 높다. 쿠팡이 취급하는 품목 수는 600만 종에 달하지만 공산품 비중이 압도적이다. 네이버도 신선식품이 약점이다.

컬리가 살아있는 생선, 전복 등을 취급하며 차별화 전략을 신선식품 물류 기술에 쏟아부은 배경이다. 김포센터에는 LG CNS와 함께 개발한 'QPS(Quick Picking System)' 기술이 적용됐다. 입고된 식품이 벨트를 타고 포장 담당 작업자를 찾아가 분류와 포장 시간을 단축했다.

예컨대 시금치가 담긴 상자는 알아서 시금치를 주문한 사람의 포장을 담당하는 직원 앞에서 정차했다가 다시 이동한다. 작업자는 지나가는 상자들에서 포장 상자에 담을 물건만 꺼내면 된다. 이를 통해 김포센터는 같은 주문량을 처리할 때 필요한 인력을 기존 센터보다 20% 줄였다.

"해외 자동화 시설보다 뛰어난 기술"

신선식품 최적화 물류센터에 컬리가 거는 기대는 크다. 미국 아마존도 자동화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수평으로만 이동하는 로봇이 물건을 나르는 시스템이다. 땅이 넓지 않은 우리나라에선 센터를 2, 3층 위로 쌓아야 해 아마존을 벤치마킹하는 쿠팡도 로봇 대신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영국 기업 오카도도 신선식품 취급 비중이 높은 전자상거래 업체로 로봇이 일일이 물건을 집어 올린 뒤 옮겨 담는 자동화 시설로 유명하다. 입출고 시간이 길어 주문을 실시간 대응할 수 있는 속도를 내지는 못하고, 냉동 환경에서의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컬리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동화와 인력의 효율적 결합에 최적화된 알고리즘이 컬리 센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컬리는 국내 식료품 시장 선점이 최우선과제이지만 글로벌 진출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슬아 대표는 "아직 온라인으로 전환하지 않은 신선식품 장보기 수요만 봐도 국내 시장에서 충분한 사업 기회가 있다"며 "다만 해외에서도 기회는 있을 것으로 보여 필요하다면 진출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