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내년도 예산 지출이 600조 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내년 예산을 편성하며 '적극적인 재정 운용'에 방점을 찍으면서다.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 등 재정 혁신도 병행한다는 방침이지만, 매년 씀씀이가 커지면서 재정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30일 국무회의에서 '2022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의결하고 내년도 예산편성 작업을 시작했다. 각 부처가 이날 마련된 지침을 바탕으로 내년 예산 요구서를 작성해 5월말까지 기획재정부에 제출하면, 기재부는 9월 2일까지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게 된다.
내년도 정부 재정 운영의 기본방향은 '적극적 재정 운용'과 '재정 혁신'이다. 정부는 특히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 △미래 혁신 투자 △민생·포용기반 구축 △국민 안전과 삶의 질 등에 재정 운영 중점을 두기로 했다. 내수 촉진, 고용 지원 등에 힘쓰는 동시에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투자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확장재정 기조를 예고하면서 내년도 본예산은 또 다시 '슈퍼예산'으로 편성될 전망이다. 올해 본예산 558조 원에 정부가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밝힌 2022년 본예산 증가율(6%)을 적용하면 내년 예산 지출은 591조 원이지만, 실제로는 600조 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최근 3년간 예산 증가율이 8.9~9.5%였던 데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정치권의 재정 확대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나라살림은 지난해 500조 원대에 돌입한 지 2년 만에 600조 원을 넘기게 된다.
이에 정부는 재정 혁신, 즉 '나랏돈 아끼기'에도 신경 쓰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정책금융기관 출자 △고용유지 지원사업 △소비회복 프로그램 등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일시 증액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계획이다. 재량지출의 10%, 약 12조 원 상당을 구조조정하고 국세·세외수입을 늘리는 방안도 내놨다. 안도걸 기재부 2차관은 "(적극적인 재정 운용과 재정 혁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허리띠 조이기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출을 늘리는 속도가 절약의 규모를 압도하고 있어서다. 실제 기재부는 지난해를 비롯해 매년 재량지출 감축 10%를 내세웠지만, 10%에 육박하는 총지출 증가율을 끌어내리지 못했다.
지출이 늘면 나랏빚 증가는 따라올 수밖에 없다. 올해 본예산 기준 국가채무는 956조 원이며,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 적자국채를 더하면 965조9,000억 원이다. 여기에 내년 국가채무는 정부 계획상으로도 1,070조3,000억 원에 달해 내년부터 '예산 600조, 나랏빚 1,000조'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2021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도 의결했다. 계획에 따르면 올해 국세 감면액은 56조8,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조9,000억 원 늘었다. 국세감면율 전망치는 15.9%로 국세감면 한도(14.5%)보다 높아 감면율은 3년 연속 한도를 웃돌게 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응과 경기회복을 위한 세제지원 확대로 국세감면 한도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