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첫번째 서울시장 후보 TV토론회에선 모기가 뜻밖의 신스틸러였다. 박 후보가 내세운 수직정원 도시 공약을 두고 설전이 벌어졌는데, 모기를 주제로 공방이 펼쳐졌다. 오 후보가 "모기가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하자 박 후보는 "그렇게 많아지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그런데 모기 논쟁은 앞서 한 달 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이미 벌어졌다. 당시 우상호 예비후보가 박 후보의 수직정원 도시 공약을 비판하며 썼던 무기가 모기였다. 서울시장 공식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며 한 달 만에 다시 등장한 셈이다.
박 후보와 오 후보는 29일 MBC 100분토론 서울시장 후보 1차 TV토론을 벌였다. 오 후보는 박 후보의 수직정원 도시가 현실성이 없고 오히려 모기가 늘어나 주민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후보는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치스러운 건축물"이라며 "여름에 모기는 어떻게 할 거냐"고 공세를 펼쳤다. 그는 중국에선 수직정원이 실패한 사례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 후보는 "중국의 성도라는 지역 아파트의 입주율이 1%다. 모기 때문에 다 나왔다고 한다"며 "공약을 철회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박 후보는 이에 "모기가 그렇게 많지 않다. 모기야 있을 수 있지만 모기가 무서워 숲을 베느냐"고 반문하며 "(오 후보가 말한 중국 성도는) 잘못 지어서 실패했다. 딱 실패한 사례만 보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수직정원은 밀라노와 필리핀까지 계획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우리를 위협하는 게 기후변화인데, 도시에 수평공원을 만드는 건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이어 "산소를 공급하는 건강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건데, 오 후보는 공격을 위한 공격을 한다"라며 "이건 바람직한 게 아니다"고 맞받아쳤다.
오 후보는 "이거 수백 개를 만들어도 부족할 것 같다"며 모기 공세를 이어갔다. 그러자 박 후보는 "(오 후보는) 모기의 집산지인 특수한 곳만 말한 것"이라며 "조금 유치한 질문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 후보의 발언은 지난달 우상호 의원의 발언과 비슷했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TV토론회에서 우상호 의원이 박 후보의 공약에 대한 비판 근거로 모기를 들었다. 수직정원 도시 실패 사례로 중국의 한 도시를 들고, 그 이유를 모기라고 언급한 점도 똑같았다. 오 후보가 우 의원의 무기를 갖다 쓴 셈이다.
우 의원은 앞서 지난달 17일 민주당 후보 경선 2차 TV토론회에서 모기가 늘어난다며 박 후보의 수직정원 도시 공약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당시 "나무 5,000가구를 넣으려면 최소 40~50층 구조가 나와야 한다"며 "비슷한 모델이 중국 쓰촨성에 있는데, 여기에 800가구가 입주했다가 10가구만 남았다. 모기가 들끓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의 반박도 지난달 TV토론회와 비슷했다. 박 후보는 당시 "수직정원 도시는 선진도시의 트렌드"라며 "탄소 배출을 줄이는 상징으로 만든다는 것이지, 이걸 30~40층 높이로 짓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