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수직정원 잡는 건 모기? 오세훈, 우상호 무기 재활용

입력
2021.03.30 13:15
朴-吳, TV토론서 수직정원 도시 공약 두고 공방
吳 "모기 많아진다" vs 朴 "유치한 공격"
한 달 전 민주당 경선서 우상호가 썼던 무기


수직정원 도시 공약을 둘러싼 모기 논쟁 발언
"수직정원 도시 공약을 철회할 생각이 없나. 모기 때문에 중국의 성도 지역 아파트 입주율이 1%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3월 29일 서울시장 후보 1차 TV토론회 발언) "중국 쓰촨성에 비슷한 모델이 있는데 모기가 들끓어 열 가구만 남았다. 철회나 수정할 생각이 없는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2월 17일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2차 TV토론회 발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첫번째 서울시장 후보 TV토론회에선 모기가 뜻밖의 신스틸러였다. 박 후보가 내세운 수직정원 도시 공약을 두고 설전이 벌어졌는데, 모기를 주제로 공방이 펼쳐졌다. 오 후보가 "모기가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하자 박 후보는 "그렇게 많아지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그런데 모기 논쟁은 앞서 한 달 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이미 벌어졌다. 당시 우상호 예비후보가 박 후보의 수직정원 도시 공약을 비판하며 썼던 무기가 모기였다. 서울시장 공식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며 한 달 만에 다시 등장한 셈이다.

박 후보와 오 후보는 29일 MBC 100분토론 서울시장 후보 1차 TV토론을 벌였다. 오 후보는 박 후보의 수직정원 도시가 현실성이 없고 오히려 모기가 늘어나 주민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후보는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치스러운 건축물"이라며 "여름에 모기는 어떻게 할 거냐"고 공세를 펼쳤다. 그는 중국에선 수직정원이 실패한 사례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 후보는 "중국의 성도라는 지역 아파트의 입주율이 1%다. 모기 때문에 다 나왔다고 한다"며 "공약을 철회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박 후보는 이에 "모기가 그렇게 많지 않다. 모기야 있을 수 있지만 모기가 무서워 숲을 베느냐"고 반문하며 "(오 후보가 말한 중국 성도는) 잘못 지어서 실패했다. 딱 실패한 사례만 보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수직정원은 밀라노와 필리핀까지 계획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우리를 위협하는 게 기후변화인데, 도시에 수평공원을 만드는 건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이어 "산소를 공급하는 건강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건데, 오 후보는 공격을 위한 공격을 한다"라며 "이건 바람직한 게 아니다"고 맞받아쳤다.

오 후보는 "이거 수백 개를 만들어도 부족할 것 같다"며 모기 공세를 이어갔다. 그러자 박 후보는 "(오 후보는) 모기의 집산지인 특수한 곳만 말한 것"이라며 "조금 유치한 질문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모기 논쟁 공세와 반박, 한 달 전과 비슷했다

오 후보의 발언은 지난달 우상호 의원의 발언과 비슷했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TV토론회에서 우상호 의원이 박 후보의 공약에 대한 비판 근거로 모기를 들었다. 수직정원 도시 실패 사례로 중국의 한 도시를 들고, 그 이유를 모기라고 언급한 점도 똑같았다. 오 후보가 우 의원의 무기를 갖다 쓴 셈이다.

우 의원은 앞서 지난달 17일 민주당 후보 경선 2차 TV토론회에서 모기가 늘어난다며 박 후보의 수직정원 도시 공약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당시 "나무 5,000가구를 넣으려면 최소 40~50층 구조가 나와야 한다"며 "비슷한 모델이 중국 쓰촨성에 있는데, 여기에 800가구가 입주했다가 10가구만 남았다. 모기가 들끓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의 반박도 지난달 TV토론회와 비슷했다. 박 후보는 당시 "수직정원 도시는 선진도시의 트렌드"라며 "탄소 배출을 줄이는 상징으로 만든다는 것이지, 이걸 30~40층 높이로 짓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