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은 성, 연령, 정치성향과 무관하게 대체로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법 집행, 언론 보도가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강했고, 20대는 대학 입시와 취업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었다.
31일 서울시립대 글로컬문화·공감사회연구센터(센터장 장원호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서베이박스에 의뢰해 만 13~69세 1,21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2월 24일~3월 2일)한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는 △전반적 사회 공정성 △12개 분야별 공정성에 대해 응답(전혀 공정하지 않다ㆍ별로 공정하지 않다ㆍ보통이다ㆍ약간 공정하다ㆍ매우 공정하다)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성·남성·20대·60대·하위계층·상위계층·진보·보수의 총 8개 카테고리 가운데 상위계층(응답자의 주관적 평가)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 사회가 불공정하다(전혀 공정하지 않다ㆍ별로 공정하지 않다)'는 답이 과반이었다. 특히 전통적으로 공정 이슈에 민감한 진보(57.6%)보다 보수(66.8%)가 더 불공정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효민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정치인들이 공정, 정의, 적폐와 같은 수사를 많이 사용하면서 공정성이란 단어가 정치화됐다"며 "나와 정치적인 성향이 맞으면 공정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보다는 여성이 대체적으로 전 분야에 걸쳐 불공정하다고 인식했다. 남성은 전체 12개 중 법 집행, 언론 보도의 2개 분야에서만 '별로 공정하지 않다'는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나머지 10개 분야에서는 '보통이다'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반면 여성은 절반(6개)에서 '별로 공정하지 않다'는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전 연령대 중 특히 20대 남성이 젠더 이슈에서 보수화된 경향을 보였다. 정치 성향을 확인하기 위해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대우받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더 필요하다'는 문항에 대한 답변을 5점 만점(5점에 가까울수록 동의)으로 환산했을 때 20대 남성은 '2.52점'으로 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중간 값인 3점을 밑돌았다. 60대 남성(3.48점)보다 낮은 수치다. 장원호 교수는 "20대 남성이 사회가 자신들을 역차별한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대학 입시를 근래에 경험했고, 취업난의 당사자인 20대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대학 입시' '취업 기회'에 대한 공정성을 낮게 평가했다. 20대의 49.0%(60대 33.3%)는 대학 입시가 불공정하다고 응답했고, 54.5%(60대 50.7%)는 취업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지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임동균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현재 외치는 공정성의 의미는 게임의 규칙을 동일하게 적용해 '위계적인 사회를 공정하게 구성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취업을 위해 합리적인 수준의 노력을 기울여도 노동시장 이중화 같은 사회 체제 때문에 노력이 무력화되는 데 대한 불만이 부정의하다, 불공정하다고 표현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