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들이 29일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민들을 향해 '고해성사'를 쏟아냈다. 4·7 재·보궐선거가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오만한 정부·여당에 대한 '정권 심판' 기류가 심상치 않자 자세를 낮춘 것이다.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민의 매'를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과도 보조를 맞춘 모습이다.
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김종민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국민들이 분노한 것은 그동안 쌓여 있던 불신과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라며 "집값과 전·월세 폭등을 겪으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화가 났던 것이 이번에 터져 나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집 없는 서민이 자고 일어나면 '억 소리' 나는 집값 폭등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화가 나셨을 것"이라며 "집값을 잡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 진심으로 죄송하며,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을 믿고 따랐다가 손해 봤다고 한 국민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국민들께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 내부를 향한 자성의 목소리도 냈다. 김 최고위원은 "더 심각한 것은 정부와 여당의 잘못된 자세"라며 "정책 의도가 옳았다고 해도 현실에서 집값이 뛰었다면 왜 안 맞았는지 겸손하게 돌아보고 국민에게 사과드렸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향자 최고위원도 "우리가 잘못한 부분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용서도 구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그러나 이 같은 사과는 민주당 의원들이 촉발한 논란으로 인해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5선인 안민석 의원은 지난 25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 비위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됐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진작 해방이 됐는데 자꾸 일제시대 이야기를 하시니까 좀 그렇다"고 반박했다. 집권 여당의 중진 의원이 전임 시장의 성 비위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기보다 '다 지난 일'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조는 모습이 보이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윤호중 의원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쓰레기'라고 지칭하며 막말 선거전에 불을 붙이면서 당 일각의 사과가 진정성 있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