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촉발된 공직사회 이해충돌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발표했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법 제정 전이라도 공무원 행동강령상 규범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골자다. 권익위는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공직자에 대해 현행법으로도 처벌과 수익 몰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29일 대통령 주재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협의회)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이해충돌방지 등 공직사회 반부패·공정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전 위원장은 "LH 사태의 핵심은 직무상 획득한 정보와 직위·권한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한 이해충돌 상황이 야기한 부패"라며 "공직사회 전반에 공직을 빙자한 사적이익 추구 행위를 차단할 대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부패 총괄기관인 권익위는 협의회 간사기관으로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공무원 행동강령상 이해충돌 방지 제도 규범력 강화 △공공기관 사규에 이해충돌방지제 도입 △부패 및 이해충돌 방지 위한 공직자 청렴교육 내실화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권익위는 먼저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은 늦어도 4월 안에 제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개발 업무 관련 공직자를 대상으로 부동산 거래를 사전 신고하고 관련 직무를 회피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직무상 비밀을 이용한 불법 취득 부동산은 전액 몰수 또는 추징하고 7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 위원장은 공직자의 투기 행위는 소급 입법 적용과 관계없이 현행법으로도 처벌과 수익에 대한 몰수·추징이 가능하다고도 했다. 부패방지권익위법 86조에 규정된 업무상 비밀이용의 죄를 적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권익위는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되기 전이라도 부동산 관련 부처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의 공직자 행동강령상 사적 이해관계 신고 현황, 비공개 내부정보나 직무상 권한을 이용한 부동산 취득 등에 대해 집중특별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점검을 통해 적발된 위법행위에 대해선 중징계와 함께 수사 의뢰가 이뤄진다. 전 위원장은 "특히 LH의 경우 수사와 사법 절차를 거쳐 형이 확정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 공무원 행동강령상 규정 위반 여부를 확인해 행정처벌로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중징계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각급 공공기관 내부 규정인 사규도 전수 점검한다. 사규에는 사익 추구 활동에 대한 사전심사제도, 퇴직자와의 사적 접촉 신고제, 비위면직자 취업제한 제도 강화 등 예방 장치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행 실적은 부패방지 시책 평가에 반영된다.
권익위는 또 공공기관 경영평가상 청렴도 측정 결과에 이해충돌·사익 추구 관련 항목을 개발하고 청렴도 반영 비율을 대폭 상향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하기로 했다. 부패 방지 시책 평가 기준도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를 중점으로 대폭 개정해 교육 등 제도 정착 노력 지표를 신설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공기업 윤리준법 경영을 독려하기 위해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인증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고위 공직자들의 청렴교육 이수 이행 점검을 강화하고 이수 현황을 국무회의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등 이해충돌 방지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계획이다.
전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미연에 예방하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며 "반부패 총괄기관으로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공직자들의 사익 추구 행위를 반드시 끝까지 뿌리 뽑고, 국가청렴도(CPI) 20위권 진입을 위한 정부의 반부패 공정개혁에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