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야단맞을 것은 맞으면서 국민의 분노를 부동산 부패 청산을 위한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며 부동산 부패 차단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공직자 투기에 대해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국가 행정력과 수사력을 총동원해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파헤칠 것”을 주문했고 부당이익은 철저히 환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에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해 공직자 부패의 싹을 차단할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임대차 3법 시행 이틀 전 법이 제한하는 한도(5%)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전세보증금을 인상한 일로 전격 경질되면서 대통령의 부패 근절 의지가 빛이 바랬다.
김 실장 논란이 보도된 바로 다음날 청와대가 사표를 수리하고 후속인사까지 단행한 것은 지금까지 문 대통령이 했던 어떤 인사보다 신속하고 과감했다. 그만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이 촉발한 민심 악화가 심상치 않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이미 두 차례 사과를 했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29일 처음으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성과 사과입장을 밝혔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선거대책위 회의에서 “결과적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더 심각한 것은 정부·여당의 잘못된 자세였다. 우리 정책이 옳다는 식으로 대응한 오만과 무감각이 국민 마음에 상처를 줬다”고 말했다.
국민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 것은 규제 위주 부동산 정책이 집값 안정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위 공직자들이 위선적으로 부동산 수익을 추구하는 행태가 잇따라 드러난 탓이다. 문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내 집 마련은 힘들어지고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인한 자산 격차와 신분제 고착이 강화되는 구조를 정부는 개선하지 못했다. 김 실장이 법 규제를 피해 전세금을 올려 받기 전에도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서울 흑석동 상가주택을 사들였고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서울 반포 아파트를 남기고 청주 아파트를 처분하려 했었다. 정부·여당을 심판하겠다는 여론(55.6%)이 지원 여론(29.2%)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이날 엠브레인 조사 결과는 이 같은 이유가 반영돼 있다.
정부와 여당이 할 일은 엄중한 수사와 제도 개선을 공언한 대통령의 발언에 담겨 있다. 국민 여론은 금세 바뀌지는 않겠지만 정부와 여당의 노력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재·보궐선거만 지나고 보자는 임기응변이 아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