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몽골 사막에서 발원한 황사가 29일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을 덮쳤다. 황사의 영향으로 이날 대구, 광주, 충남, 전북, 전남, 경남은 미세먼지(PM10) 농도가 한때 1,000㎍/㎥ 넘어섰다. 일부 지역은 미세먼지 '매우나쁨(151㎍/㎥)' 수준의 9배 가까운 고농도를 보이며 최근 10년 이래 최악의 대기 질을 보였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날 전국 17개 시도에 황사 위기경보 '주의' 단계를 발효했다. 이는 2015년 황사 위기경보 제도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주의 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순으로 올라가는 위기경보 중 두 번째 단계다. 황사로 미세먼지의 시간당 평균 농도가 300㎍/㎥ 넘게 2시간 동안 계속돼 대규모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때 발령된다.
기상청은 "26일부터 몽골 고비사막과 중국 내몽골고원에서 발원한 황사가 북서풍을 타고 우리나라에 유입되면서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짙은 황사가 관측됐다"고 설명했다.
황사의 영향으로 전역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관측됐다. 이날 미세먼지 측정 최고값은 서울 639㎍/㎥ 부산 985㎍/㎥ 대구 1,348㎍/㎥ 인천 725㎍/㎥ 광주 1,194㎍/㎥ 대전 898㎍/㎥ 울산 841㎍/㎥ 경기 881㎍/㎥ 강원 786㎍/㎥ 충북 985㎍/㎥ 충남 1,069㎍/㎥ 전북 1,247㎍/㎥ 전남 1,356㎍/㎥ 세종 804㎍/㎥ 경북 941㎍/㎥ 경남 1,260㎍/㎥ 제주 1,203㎍/㎥였다. PM10의 '매우나쁨' 기준이 151㎍/㎥ 이상임을 고려하면 이보다 4~8배까지 대기질이 악화한 것이다.
대부분 지역에서 최악의 황사가 덮쳤던 2010년 이래 가장 짙은 미세먼지 농도를 보였다. 대구, 경북 권역은 2010년 3월 당시 황사의 영향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대구 2,760㎍/㎥ 안동 1,797㎍/㎥ 울릉도 2,287㎍/㎥로 치솟은 이래 가장 심한 대기 상태를 보였다. 청정지역 제주도 황사를 피해가지 못했다. 제주에 황사 위기경보가 내려진 것은 2010년 11월 이후 10년 4개월 만이다.
당분간은 뿌연 하늘이 이어지겠다. 30일에도 전날 유입된 황사가 잔류하고 대기 정체로 미세먼지가 축적돼 전 권역에서 미세먼지가 '나쁨' 농도를 보일 것으로 국립환경과학원은 예측했다. 맑은 하늘은 2일쯤에야 볼 수 있겠다. 국립환경과학원은 "1일부터 풍속이 차츰 강해져 미세먼지가 해소되기 시작하겠다"며 "1일 수도권·강원·영서·세종·충북·충남·대구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높음(36㎍/㎥ 이상)'을 보이겠고, 2, 3일에는 대기 확산이 원활해지면서 전 권역에서 '낮음(0~35㎍/㎥)'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