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어부들 떨게 한 몸길이 12m짜리 '바다 괴물' 정체는

입력
2021.03.29 14:30
전설의 동물 '가자 미나' 사체 동영상 충격
어부들 "실제 보면 횡액 닥친다" 믿어 
사실은 아래턱뼈가 상아처럼 생긴 수염고래

인도네시아 바다에서 '전설의 바다 괴물'로 알려진 짐승 사체가 최근 발견됐다. 어부들은 '가자 미나(Gajah Mina)'라며 공포에 떨었다. 알고 보니 현존하는 포유류 사체였다.

29일 콤파스닷컴에 따르면 리아우제도주(州) 나투나 해역에 떠있는 몸길이 12m짜리 동물 사체를 담은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왔다. 거대한 물고기처럼 생긴 동물의 사체는 앞 부분에 기다란 뼈가 마치 코끼리의 엄니, 즉 상아를 닮았다. 영상을 올린 사람은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가 항상 행복하길, 가자 미나가 나투나 바다에 떠 있다'고 자막을 달았다. 지역 주민들도 바다 괴물 가자 미나와 닮았다며 충격에 빠졌다. 나투나는 수마트라섬과 칼리만탄(보르네오)섬 사이에 있다.

가자 미나는 힌두교에 등장하는 반(머리 부분)은 코끼리, 반(꼬리 부분)은 물고기처럼 생긴 바다 괴물로 '코끼리(가자)'와 '바다 또는 물고기(미나)'의 합성어다. 바다코끼리라고 번역할 수 있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바다코끼리와 다르다. 힌두교에서 바다의 왕으로 불리는 신(神) 바루나가 타고 다닌다. 바다의 감독자로 불리는 가자 미나는 보름달이 뜨면 나뭇잎을 먹기 위해 해변에 나타난다. 나투나를 아우르는 멜라유 지역 어부들은 가자 미나를 만나면 횡액이 닥친다고 믿는다.

과학자들은 해당 동물의 사체가 바다 괴물이 아니라고 답했다. 인도네시아학술원(LIPI)은 "문제의 영상은 수염고래의 사체"라며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일단 거대한 크기와 신기한 모습에 압도돼 괴물로 여겼고, 수염고래의 기다란 오른쪽과 왼쪽 아래턱뼈가 서로 연결돼있지 않아 부패하면서 두 개로 나뉜 걸 상아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 여러 해변에서 가자 미나 사체가 발견됐다는 증언이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으나 모두 인도네시아 바다에 서식하거나 해당 해역을 이동하던 고래 사체였다"고 덧붙였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