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대규모 공연’ 개최를 통한 일상 복귀 실험이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중단됐던 콘서트를 철저한 통제 아래 진행하고, 관람객들의 건강상태를 추적 관찰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타격이 큰 분야 중 하나인 대형 문화ㆍ체육 행사의 정상화를 꾀하면서도 공중보건을 지키는 묘안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팔라우 산 조르디 경기장에서는 5,000명이 운집해 인디밴드 ‘러브 오브 레즈비언’의 공연을 관람했다. 원래 밀폐된 공간에서 5명 이상 모임은 불허되나 이번 공연은 보건당국의 특별 허가를 받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유럽에서 대규모로 열린 첫 상업행사”라고 설명했다.
관람 조건이 까다롭고 티켓 값도 3만원대로 비쌌지만 좌석은 금세 매진됐다. 관객들은 공연 당일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야 입장이 허용됐다. 식사도 지정된 장소에서 해야 하고, 음료를 마실 때를 제외하면 마스크 착용이 필수였다. 또 공연 후 몇 주간 자신의 코로나19 관련 건강 정보를 주최 측에 제공해야 한다. 이날 ‘콘서트 실험’을 설계한 바이러스학자 보리스 레볼로는 “관람객과 일반 인구의 감염률을 비교ㆍ분석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팬데믹 장기화로 빈사 상태에 빠진 공연 산업을 회생시켜 정상 생활로의 복귀를 타진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스페인 음악연맹 연구에 따르면 콘서트 중단으로 지난해 유럽 공연 분야 수입은 전년보다 76% 급감했다. 앞서 6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도 비슷한 실험이 진행됐다. 해당 콘서트도 바르셀로나 공연과 비슷한 통제 조건 아래서 관객들을 받았다.
보건당국의 전망은 일단 긍정적이다. 암스테르담 공연 실험을 이끈 안드레아스 보스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 교수는 미국 CNN방송에서 “결과를 공개하기 전이지만 코로나19 감염률 비교 등 초기 연구에 근거하면 잘 통제된 행사에 참석해도 일상 생활을 하는 것보다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앞서 네덜란드 보건당국 역시 초기 연구 결과를 접한 후 “매우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대형 공연의 안전성이 입증될 경우 유럽연합(EU)와 미국 등이 추진하는 ‘백신 여권’ 도입 정책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