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농심 차기 회장에게 주어진 3가지 과제…세계화· 건기식 강화·일감 몰아주기 해소

입력
2021.03.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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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호 시대' 저물고…신동원, '차기 회장' 유력
해외 사업 확장·국내 건기식 강화…새 과제로
일감 몰아주기 의혹, '계열분리' 가능성에 촉각

농심 창업주인 신춘호 회장이 27일 세상을 떠나면서 농심 대표이사인 장남 신동원 부회장 주도의 '2세 경영'이 본격 개막한다. 슬하에 3남2녀를 둔 고(故) 신춘호 회장은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일찌감치 후계구도를 정리해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이 농심을 맡고, 차남인 신동윤 부회장과 삼남 신동익 부회장이 각각 율촌화학, 메가마트를 담당한다.

'홀로서기'에 나선 신동원 농심 부회장은 부친의 뜻을 이어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주력할 전망이다. 1979년 사원으로 입사, 전무와 부사장 등을 거치고 2000년에 2인자로 올라선 신동원 농심 부회장은 90년대 국제담당 임원 재직 시절, 해외 사업에서의 탁월한 성과를 입증한 바 있다.

신동원 지분 42.92%…공고한 경영권

지난 25일 농심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인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자연스럽게 신동원 부회장의 경영체제로 들어선 농심의 지배구조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농심홀딩스는 지난해 말 기준 신동원 부회장 지분율이 42.92%로 최대 주주 자리에 있고 신동윤 부회장이 13.18%를 보유하고 있다.

율촌화학은 농심홀딩스가 지분 31.94%의 최대주주이고, 차남인 신동윤 부회장이 13.93%, 고 신춘호 회장이 13.5%를 가지고 있다. 신동윤 부회장이 고인의 지분(13.5%)을 넘겨받고 농심홀딩스가 보유한 율촌화학 지분(31.94%)과 신동윤 부회장이 보유한 농심홀딩스 지분(13.18%)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계열분리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메가마트의 경우 신동익 부회장 지분 56.14% 외에 다른 형제의 지분은 없어 사실상 계열분리가 완료됐다.

신춘호 회장이 마지막까지 주문한 '세계화'…농심 최대 과제로

향후 농심은 지난해 성과를 바탕으로 해외사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농심은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와 신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전체 매출의 약 40%(1조1,000억원)를 해외에서 달성했다. 고 신춘호 회장이 마지막까지 임직원에게 당부한 메시지도 '농심의 세계화'였다. 업계 관계자는 "농심은 1970년대부터 꾸준히 수출에 공을 들여온 만큼 내실 있게 해외 사업을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부터 2억 달러를 투입해 설립 중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제2공장은 올해 말 가동을 앞두고 있다. 농심은 제2공장을 통해 미주 지역 전체까지 포함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와 더불어 남미 시장 공략의 거점 역할도 부여할 계획이다.

국내에선 건강기능식품(건기식) 분야를 신사업 동력으로 내세울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2월 사내 스타트업을 통해 선보인 건기식 브랜드 '라이필'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신동원 부회장은 지난 주총 직후 기자들에게 "신사업은 건기식이 유력하다"며 "콜라겐 제품은 성공적으로 출시한 상황이고, 지난해 선보인 대체육은 올해 제대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 계열분리로 돌파할까

고질적인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풀어야 할 과제다. 농심은 올해 대기업 집단 지정으로 내부거래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계열분리 추진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농심은 원료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단계를 '수직계열화'한 상태다. 주력 상품인 라면은 농심, 포장지는 율촌화학, 라면 스프는 태경농산이 담당하는 등 계열사 간 밀접한 내부거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계열분리로 자산 규모를 낮출 가능성이 점쳐진 가운데 재계에선 농심이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계열사들이 라면 제조과정에 긴밀하게 얽혀있고 계열분리를 위한 지분 정리 작업이 복잡해 따로 떼어내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고질적인 이슈라 내부에서 이미 어느 정도 대비를 해놓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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