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총격 참사로 미국 전역에서 총기 규제와 인종차별 금지를 촉구하는 시위가 거세게 일던 그 시간에도 총기 범죄는 멈추지 않았다. 하루 새 또 3명이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총기 사용을 어느 범위까지 허용하느냐는 탁상공론을 떠나 총기폭력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예산 투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버니지아주(州) 버지니아비치 경찰은 전날 밤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 아몬 아담스(22) 등 3명을 체포해 중범죄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전날 해변가 클럽에서 패싸움이 총격전으로 번져 8명이 부상했고, 사건 직후 클럽 인근에서 두 번째 총격이 발생, 여성 행인 1명이 숨졌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무장한 남성과 대치 끝에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을 사살했다.
같은 날 저녁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도 두 건의 총격 사건이 보고됐다. 북동부 옥스퍼드서클에서는 신원 미상의 남성이 전동 킥보드를 타던 소년들에게 총을 난사해 11세 소년이 숨졌고 14세 소년은 다쳤다. 또 피시타운의 한 술집에서는 한 남성의 총격으로 4명이 중태에 빠졌다. 경찰은 두 사건의 용의자를 추적하는 한편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들 사건은 미국 내 총기 규제 여론이 불붙고 있는 가운데 터져 총기 폭력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27일 아시아계 인구 비중이 높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한인타운에서는 40여개 한인 단체가 주관한 집회에 2,000여명이 모여 아시안 증오범죄 근절을 촉구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한인회와 중국계 미국인 중심의 위안부 인권단체 등이 주최한 행사에 수천명이 참여해 행진을 했다. ‘침묵하지 않겠다’ 등의 구호가 거리를 메웠다.
이런 흐름에서 보듯, 이제는 반대 여론이 아무리 거세져도 총기 폭력을 멈출 수 없는 만큼 정쟁이 아닌 공중보건 측면에서 총기 문제를 연구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목 받고 있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공화당의 반대로 25년 간 멈추다시피 한 총기 폭력 예방 연구들이 지난해 말부터 다시 가동되고 있다”고 전했다. 마크 로젠버그 박사는 “연구를 통해 총기 소유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총기 폭력 규모를 줄일 수 있다”며 “관련 기금이 두 배는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지난해 민주당 초안의 절반 수준인 2,500만달러(약 83억원) 규모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 기금 조성에 합의했다. 총기 사건 사상자 사례 분석과 주별 인구당 총기 소유 비율 계산 등을 통해 총기 폭력을 예방하는 게 핵심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