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성향 언론매체 폭스뉴스가 소송에 휘말렸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전자투표 시스템 조작 때문에 낙선했다는 음모론을 방송으로 내보낸 것이 이유다. 투표기 업체는 폭스뉴스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투표기 업체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스(도미니언)가 26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대법원에 폭스뉴스를 상대로 16억달러(약 1조8,100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CNN 방송과 로이터 통신 등이 잇따라 보도했다. 도미니언은 폭스뉴스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등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대선 조작이라는 허위 사실을 퍼트리는 데에 가담했다면서 “진실을 맹목적으로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또 도미니언은 폭스뉴스가 “작은 불을 붙여 산불로 번지게 했다”면서 “진실은 중요하다. 거짓말을 하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미니언은 “돌이킬 수 없는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입었다”며 회복을 위해선 앞으로 8년 동안 6억달러(약 6,790억원)가 소요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도미니언은 미국 내 최대 투표기 생산 업체다. 지난해 대선에서 50개 주 중 최소 28개 주가 이 업체의 기기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도미니언은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더불어 음모론에 동조한 친(親)트럼프 기업인에게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대선 조작설을 방송했다는 이유로 투표기 업체가 폭스뉴스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자투표 소프트웨어 제작사 스마트매틱은 앞서 지난 2월 “폭스가 음모론에 가담해 오명을 안겼다”고 주장하면서 폭스뉴스를 대상으로 27억달러(약 3조550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폭스뉴스는 도미니언의 소송에 대해 성명을 발표해 “우리는 지난해 대선 보도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면서 “법정에서 이 근거 없는 소송에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