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없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치아 건강할까?

입력
2021.03.27 10:40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평생 써야 하는 영구치 관리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임플란트ㆍ틀니 등이 널리 쓰이지만 자연 치아만 못하다. 전문가들은 치아와 망가진 잇몸은 재생되지 않으므로 증상이 없거나 별다른 이상이 보이지 않더라도 정기적으로 치과를 찾아 관리할 것을 강조한다.

최근 대한치주과학회는 건강한 잇몸을 위해 ‘3분 이상 칫솔질’, ‘일 년에 두(2) 번 스케일링’, ‘사(4)이사이 잇몸까지 잘 닦자’ 등으로 구성된 ‘3ㆍ2ㆍ4 수칙’을 강조한다. 자연 치아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증상이 없으면 안심이다?

치주 질환(잇몸병)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염증이 잇몸 표면에 국한돼 있는 치은염과 치주 인대와 치조골로 깊이 진행되면서 파괴로 발생하는 치주염이다. 주원인은 치태와 치석에 있는 세균이다. 치태의 세균과 세균이 내뿜는 독소가 치아 주변의 잇몸에 염증을 일으켜 치조골이 소실된다.

신승윤 경희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는 “치주 질환은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입 냄새, 양치질 시 간헐적인 출혈 등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아 무심코 넘기다 이가 흔들리거나 음식 섭취 간 불편감을 느껴 치과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신 교수는 “치료 시기를 놓치면 치조골 소실은 물론 치아가 치조골 내에 유지될 수 있게 도와주는 부착 조직까지 파괴돼 치아가 심하게 흔들리고, 이를 뽑아야 할 수 있기에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했다.

치주 질환의 초기인 치은염 단계에서는 양치질을 잘하는 것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치태를 완벽히 제거하지 않으면 무기질과 결합해 단단한 치석으로 변하게 된다. 치석 표면은 세균으로 구성된 치태가 잘 자라기에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해야 한다.

신승윤 교수는 “치주 조직 염증과 상태에 따라 치근활택술, 치은절제술, 치은판막술 등 다양한 치료를 진행한다”며 “심하면 치아를 뽑고 임플란트ㆍ틀니 등 보철 치료를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치주 질환을 예방하려면 정기적인 스케일링과 올바른 양치질 습관, 치실, 치간 칫솔 사용 등으로 구강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보이지 않으면 괜찮다?

A(30)씨는 3주 전부터 딱딱한 음식을 씹을 때마다 왼쪽 위 어금니에 통증이 느껴져 치과를 찾았지만 원인을 찾지 못하니 더 지켜보자는 답을 받았다. 하지만 지속되는 통증에 정밀 진단이 가능한 치과에 방문해 정량광 형광 검사(Q-RAY)와 각종 X선 촬영을 했다. 검사 결과, 왼쪽 위 첫 번째 어금니에 치아 균열이 존재했다.

조기에 병원을 찾았지만 자칫 치료 시기를 놓쳐 신경ㆍ보철 치료, 심지어 발치까지 할 뻔했다. 보통 치과에 가면 전통적인 치과 검진 방법(육안 확인 등)으로 구강 상태를 1차 판단한다. 임상적 경험을 토대로 특이 사항이 관찰되면 파노라마, 치근단 방사선 사진 같은 X선 영상 장비를 활용한다.

오송희 경희대치과병원 영상치의학과 교수는 “치아 진단법에는 육안 관찰, 파노라마 사진 등이 있는데 병소 위치나 진행 정도, 질환에 따라 진단 정확성에 차이가 날 수 있다”며 “특히 치아의 인접면이나 교합면의 충치, 치아 균열은 조기 검진이 어려울 수 있고 진행 속도가 빨라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고 했다.

최근 경희대치과병원에서 진행한 임상 연구를 보면 교합면·인접면·치아 균열 의심 환자 153명을 대상으로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정량 광형광 검사(QLF)와 초저선량 정밀 교익 방사선 영상의 병용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전통적인 치아 진단법보다 진단 정확도가 매우 높았다.

오송희 교수는 “법랑질의 건강 상태에 따라 반사하는 빛의 파장이 다르다는 원리를 적용한 비침습성 치아 진단법, ‘정량 광형광 검사(Q-RAY)’의 초기 교합면 치아 우식과 미세 치아 균열 탐지율은 각각 91%와 83%였다”며 “특히 인접면 치아 우식은 초저선량 정밀 교익 방사선 영상 검사를 병행해야 정확한 최종 탐지가 가능했다”고 했다.

오 교수는 “의료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빨리 병원을 찾으려고 하기보다 다양한 영상학적 기술을 적극 활용해 진단 정확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