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이후 신중해진 바이든·김정은…北美 줄다리기 시작?

입력
2021.03.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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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北 추가 도발 경고 후 '외교' 제시
美, 안보리 제재위 소집했으나 수위 조절
北 미사일 발사 현장 김정은 불참 주목


미국이 25일(현지시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응수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통해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군사 도발을 비판하는 동시에 북미대화도 준비돼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겠다는 의미였다.

북한 역시 미사일 발사 현장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불참하고, 사거리가 짧은 미사일을 선택하는 식으로 수위를 조절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가 미국의 최우선순위 외교 현안이라고 밝히면서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되는 4월부터 북미 간 본격적인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경고’ ‘대화’ 카드 모두 꺼낸 美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 관련 미국의 대응과 ‘레드라인(금지선)’에 대한 질문에 “(북한의) 특정한 미사일 시험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을 금지한) 유엔 결의안 1718호 위반”이라고 답했다. 1718호는 2006년 10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안이다. 25일 북한이 동해로 발사한 2발의 탄도미사일이 이 결의안을 위배한 만큼 제재를 하겠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미국 요청에 따라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26일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회의를 열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우리는 동맹ㆍ우방과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그들(북한)이 긴장 고조를 선택한다면 그에 따라 대응할 것이고, 상응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북미 양측은 대응 수위 조절로 여지를 두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경계하면서도 “나는 또한 일정한 형태의 외교도 준비돼 있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외교는 비핵화가 최종 결과라는 조건이어야 한다”고 전제를 깔기는 했으나 북한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해서 북한과 협상을 할 용의도 있다고 처음으로 공식화한 셈이다.

또 지난해 3월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때 대사급이 참석하는 안보리 회의를 개최한 것과 달리 급을 낮춰 제재위만 우선 열기로 한 것도 과거보다 신중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北 추가 도발 여부, 美 대북정책 검토 결과 주목

북한의 이번 발사가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적극적 개입 여지를 키울 것이라는 기대감도 정부 당국 내에서 감지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중국 포위'에 쏠린 경향이 짙었다"며 "북한의 이번 행동으로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주목도는 다소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핵동결 등 '스몰딜'이나 단계적 비핵화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국무부 내 군축파의 목소리에 다소 힘이 실릴 수 있다"고 했다. 제재 압박을 앞세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유인한다는 원칙적 접근만 고집할 경우 북한의 더 큰 전략 도발에 직면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우려다.


단 이번 도발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서 큰 변수는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하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이 정도 수준의 도발은 이미 미국도 대북정책 수립에서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이라며 "최근 북한의 행동이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미국은 다음 주 후반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협의를 거쳐 대북정책을 확정하고 대북 대화와 압박 병행 전략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이미 이달 초 미국의 물밑 접촉 제의를 거부한 적이 있다. 북한이 추가 군사 도발로 긴장을 고조시켜 갈 가능성이 크다. 반면 못 이기는 척 북미대화에 호응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북한의 선택과 미국의 판단에 따라 향후 북미관계와 한반도 정세 긴장도도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조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