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새통 문고, 홍대 안 떠난다…5분 거리 새 매장서 부활

입력
2021.03.2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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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만화 성지로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북새통 문고가 폐업 위기를 딛고 기사회생한다. 도서 정가제와 코로나 등으로 인한 운영난으로 매장 영업을 종료할 계획이었지만, 폐업 소식을 들은 독자들의 성원으로 새 매장에서 운영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특히 새 매장 역시 인근 AK&홍대 쇼핑몰에 마련될 예정이라 ‘홍대 북새통 문고’의 명맥도 잇게 됐다.

박회탁 북새통 문고 대표는 2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근처에 있는 쇼핑몰 ‘AK&홍대’로 옮겨 다음 달 말부터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라며 “매장 규모는 80평 규모로 기존보다 절반가량 줄어들지만 매대에 비치된 물량을 줄이는 방법 등을 통해 권종은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 매장에서는 만화사 대원씨아이와의 협업을 통한 굿즈 상점 등도 마련된다.

북새통 문고의 매장 영업 재개 가능성은 지난달 본지의 인터뷰 기사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 행복한 17년이었습니다")를 통해 한차례 알려진 바 있다. 박 대표는 인터뷰 당시 “폐업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곳저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왔고 그중에는 대기업의 투자 제안도 있었다”고 넌지시 언급했다. 이미 AK 쇼핑몰 입점 논의가 타진되고 있던 때였으나 최종 확정 이전이라 기사를 통해 독자들에게는 미리 알리지 못했다. 박 대표는 “AK 측에서도 북새통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줘 임대료 부담을 상대적으로 덜어낸 채 영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진짜 만화 마니아를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뚝심으로 북새통 문고를 지켜온 박 대표의 노력이 알려지며 온라인에서는 북새통 문고가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는 독자들의 마음이 잇따랐다. 북새통 문고와의 추억담을 풀어놓거나, 영업을 계속해달라는 응원의 목소리가 SNS를 통해 이어졌다. 박 대표는 “기사가 나가고 난 뒤 많은 분이 성원해주시는 것을 보며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며 “덕분에 운영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고 만화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2004년 홍대입구역 8번 출구 앞에 문을 연 북새통 문고는 서가면적, 소장도서, 판매부수에 있어 국내 최대 만화전문서점이었다. 17년간 홍대 앞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지켰지만 지난해 12월 영업난으로 인한 매장 영업 종료 소식을 전했다. 기존 고객들의 적립금 소진을 위해 2월 말까지만 운영될 예정이었으나 새로운 터전 마련으로 기사회생하게 됐다. 새 매장이 꾸려지는 쇼핑몰 AK&홍대는 기존 북새통 문고와 250m 남짓 떨어져 있다. 도보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다. 북새통 문고는 4월 말 가오픈 기간을 거친 뒤 5월 2일 이곳 지상 5층 매장에서 정식 오픈한다.

한소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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