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코로나19 환자에 쓰이고 있는 국산 혈장치료제가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발(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확인됐다. 아직은 인체가 아닌 실험실 단계라지만,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백신 효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만큼 향후 연구에 관심이 쏠린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5일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국내에 유행 중인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형 7가지(S, L, V, G, GR, GH, GV)와 영국,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를 국산 혈장치료제와 반응시켜 본 결과 중화항체가 형성돼 바이러스가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국립감염병연구소 신종바이러스연구센터가 수행했다.
앞서 방대본은 지난달 국산 항체치료제가 영국 변이엔 효과를 보였지만 남아공 변이에는 거의 효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혈장치료제는 영국과 남아공 변이에 모두 중화능력(중화항체를 만들어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능력)을 보인 것이다.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특정 항체만 골라 약으로 만든 것이고,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혈액에서 혈액세포를 뺀 액체)에서 항체들을 추출해 만든 약이다. 권준욱 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혈장치료제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여러 부위에 대해 항체를 형성하기 때문에 변이에도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험실 연구라 아직 효과가 있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다. 혈장치료제 제조사인 GC녹십자가 다음달 관련된 임상시험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거기다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을 받아서 만드는 혈장치료제의 특성상 대량생산에는 한계가 있다. 권 제2부본부장은 “현재 국내에 확보된 혈장치료제는 400명분이 채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승인받아 쓰이고 있는 혈장치료제는 42건이다.
변이 확산세는 여전해 국내에 유입되는 변이 바이러스도 빠르게 늘고 있다. 22일까지 국내에서 영국 변이 211건 등 결코 적지 않은 변이가 확인됐다. 감염이 크게 확산됐던 해외에선 이미 다양한 변이가 생겨났다. 인도에서는 심지어 ‘중복 변이’까지 나타났다. 한 바이러스가 두 가지 변이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는 것이다. 권 제2부본부장은 “이달 들어 확진 10건당 1건 비율로 바이러스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며 “변이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거나 지연시키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